이만하면 장가 잘 갔다는 부러움을 살 법도 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휴매너 챌린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패트릭 리드(24·미국) 얘기다.
리드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파머 코스(파72·6,950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는 데 그쳤지만 3라운드까지 7타 차의 여유를 벌어놓은 덕에 2타 차로 정상에 올랐다. 최종 스코어는 28언더파 260타.2012년 투어에 데뷔한 리드는 지난해 윈덤 챔피언십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 102만6,000달러(약 10억9,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리드는 지난해 첫 우승을 '아내 캐디'와 합작해 화제가 됐던 선수다. 2012년까지 리드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PGA 투어 12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7차례 컷 통과에 그쳤다. 하지만 그해 12월 저스틴과 결혼한 뒤 아내를 캐디로 대동하면서 골프 인생에 전환점을 맞았다.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해 2013시즌 투어 출전권을 되찾았고 2013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는 연장전 끝에 우승의 감격을 나눴다.
올해는 첫 아이를 임신 중인 아내 대신 처남인 케슬러 캐러인에게 골프백을 맡겼다. 아내는 대회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관중 속에서 18홀을 함께 걸으며 남편에게 힘을 북돋아줬다. 이날 리드가 우승하자 아내 저스틴은 달려나와 입을 맞추며 기뻐했다. 아내는 5월 말께 출산하고 나면 몸을 추슬러 다시 백을 멜 예정이다. 간호사 출신인 아내는 학창시절 골프와 축구 등 운동을 한 경험이 있다.
처남과의 호흡도 아내 못잖았다. 리드는 이번 대회 1~3라운드에서 매일 9언더파씩 27타를 줄여 PGA 투어 54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 긴장감 탓인지 보기 4개와 버디 5개를 적어냈지만 캐디와 상의 끝에 성공시킨 13번홀(파4) 1.5m 파 퍼트, 15번홀(파3) 내리막 5.4m 버디 퍼트는 55년 역사의 이 대회에서 37년 만에 나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열쇠가 됐다. 리드는 세계랭킹이 73위에서 42위로 오르게 된다.
라이언 파머(미국)가 2위(26언더파)에 올랐고 잭 존슨(미국)은 공동 3위(25언더파)에 자리했다. 새해 첫 출전한 현대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에서 우승한 존슨은 이날에만 10타를 줄이며 안정된 경기력을 이어갔다. 한국 선수 중에는 위창수(42)가 공동 23위(18언더파)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고 노승열(23·나이키골프)과 재미교포 제임스 한(33)은 공동 38위(15언더파)에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