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속도 조절하는 녹색성장] 정년 늦추고 연금 수령시기도 연기… 복지정책 구조개혁 통해 재정 개선

■ 선진국 해법 보면


복지강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에서 지난 2006년 대이변이 연출됐다. 44년간 이어진 사회민주당의 장기집권이 깨지고 보수정당연합이 집권한 것. 새 여당은 권력을 잡자마자 복지정책을 일부 수술했다.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크게 강화하고 복지 등에 대한 재정개혁을 단행해 나라의 적자 살림을 억제했다. 이달 치러질 총선에서는 8년 만에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만 사민당 역시 현 집권당의 복지정책 기조를 큰 틀에서 이어갈 방침이다.

대한민국과는 딴판인 북유럽 선진복지 국가의 단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래 들어 보수·진보, 여야가 한목소리로 북유럽을 벤치마킹하며 복지공약을 남발해왔지만 정작 북유럽 선진국들은 스웨덴처럼 복지정책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재원마련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는 미래세대에 빚더미만 남기게 된다는 시민의식이 주요 북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확고히 자리 잡았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여야가 각각 복지재원 마련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과세·감면 축소와 담배 관련 세금·준조세 인상을, 새정치민주연합은 대기업·고소득층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증세 등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하거나 효과가 제한적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담배 관련 세금·준조세를 인상하면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늘지만 가격부담으로 담배수요가 줄어들어 세수는 다시 과거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분석을 최근 내놓았다. 비과세·감면은 주된 수혜계층인 농민·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의 조세저항이 심해 목표달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는 투자·소비에 악영향을 끼쳐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만큼 추진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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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자녀세대들에게 복지비용을 전가하지 않으려면 보다 현실적인 재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실현 여부가 불확실한 증세에 매달리기보다 먼저 복지재정과 관련한 개혁을 단행해야 가능하다. 이처럼 복지의 군더더기를 제거한 후 증세를 논의해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재정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도 이 같은 방법으로 복지적자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특히 독일·덴마크·네덜란드 등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일하는 복지'로 노동정책과 연금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요체임을 알 수 있다. 고용 유연화 등으로 고령자 등의 실질적인 정년을 늦추고 이와 병행해 연금적자를 막는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덴마크는 정년을 각각 오는 2029년과 2027년까지 67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두 나라 모두 당초 65세였던 연금수령 연령을 67세로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정년은 65세로 유지하고 있지만 당초 65세였던 연금수령 연령은 2023년까지 67세로 늦추기로 했다. 정년이 연장되면 그만큼 노후복지에 대한 정부의 비용부담이 줄어들고 연금수령 연령이 늦춰지면 해당 재정도 개선된다.

선진국들은 연금개혁과 더불어 청년과 고령자의 근로 기회를 넓혀주는 정책을 병행해 과도한 공공복지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의 직종을 확대하는 등 고용시장을 유연하게 바꿨다. 독일도 2000년대 들어 이른바 '하르츠 개혁'으로 과도한 고용규제를 풀고 파견근로제와 미니 잡을 늘려 종일제 일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은 고령자와 여성들에게 취업기회를 넓혔다. 미숙련노동인력이나 실업자들의 고용을 돕기 위한 직업훈련 정책도 중요한데 독일은 이를 위해 50세 이상 비숙련 장기실업자를 대상으로 기업인턴 제도, 특별직업훈련 등 재취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덴마크는 주로 청년 실업층을 주대상으로 삼아 직업교육과 구직알선 프로그램을 강화해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도 고용규제를 합리화해 고령자와 여성들의 일자리를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이를 실현하려면 기업과 노조가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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