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임기 중 고용률 70% 달성에 필요한 새 일자리 238만개 가운데 93만개를 시간제에서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그 시험대이자 기업에 보여줄 벤치마킹 모델이다. 그런데도 공공기관들은 그에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지 못한 채 머릿수 채우기에만 급급하다. 첫 단추도 제대로 못 끼우면서 기업에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라고 독려한다면 낯두꺼운 일이다. 최우선 국정과제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은 그렇잖아도 청년실업자와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우리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장근로를 마다하지 않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넘쳐나고 기업들의 경영실적도 좋지 않은데 엄청난 비용부담을 떠안으면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은 오래 갈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열린 고용'을 내걸며 고졸자 채용에 드라이브를 걸자 지난해와 올해 각각 2,500명이 넘는 고졸자를 뽑은 공공기관들이 내년 채용규모를 23% 줄인 게 단적인 예다.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밀한 직무분석을 통해 지속 가능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공공ㆍ민간 부문에 연착륙할 수 있게 관련 법령과 제도상의 걸림돌도 없애야 한다. 특히 경영효율과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돼야 노동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