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주총 어려울듯

주가하락으로 소액주주들 곤욕은행들이 어느해보다 힘겨운 주총 시즌을 맞고 있다.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2월의 주총(주택·기업·대구·광주)과는 달리 이번 주총은 경영진 교체여부, 지배구조 개선 등의 민감한 현안들이 맞물려 있기 때문. 또한 3대 시중은행의 경우 주가하락으로 소액주주들에게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비상임이사의 임기를 단축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과 감독당국·은행이 얽혀 곤혹스러운 논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이용근(李容根) 금감위원장의 연이은 경고로 한때 공적자금 투입 3개 은행장의 교체 가능성이 대두됐다가 유야무야 넘어가기도 했다. 또한 새로운 임원 보수체계 마련, 준법감시인(COMPLIANCE OFFICER) 선임 등 새로운 내부 통제체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예년에 비해 주총이 늦춰졌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주총의 최대 관심사인 경영진 인사 구도는 막판까지 뚜렷한 밑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지난해에 워낙 물갈이 폭이 컸기 때문에 올해는 변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공석인 일부 은행장 인선 문제와 은행별 속사정에 따른 경영진의 부침이 관심사다. ◇은행장들 거취는=정부가 조흥·한빛·외환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은행장 중 1명 정도를 퇴진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으나 李금감위원장이 지난주 은행장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간접적으로 은행장 퇴진은 없을 것임을 시사함으로써 잠잠해졌다. 따라서 가장 큰 관심은 공석인 국민·서울은행장 인선. 국민은행은 당초 지난 10일경 행장추천위원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13일로 미룬 후 다시 15일로 일정을 연기했다. 주총일자가 오는 18일로 잡혀 있으니 막판까지 끌고가는 셈이다. 그만큼 경합이 치열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은행장 인사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권부」의 낙점이 아직 불확실한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까지 김연기(金年棋) 국민은행 상무와 김상훈(金尙勳) 금감원 부원장의 양자 경합구도에 김재룡 한화증권 고문이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임직원·비상임이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외부」의 힘을 빌리는 데도 아쉬움이 없는 金상무가 유리해 보이지만 감독당국의 후원을 받고 있는 金부원장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 헤드헌팅사에 의해 김근배(金槿培) 마스터카드 사장이 거명됐던 서울은행장 자리 역시 현재로서는 오리무중. 주총을 29일로 미룬 채 다시 은행장 감을 외국인 또는 외국계 한국인으로 물색 중이다. 金마스터카드 사장은 한때 국민은행과 서울은행장 후보로 모두 올랐지만 지금은 양쪽 모두 후보그룹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인호(李仁鎬) 신한은행장은 이미 행추위에서 다시 은행장 후보로 선임됐고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은 13일 열리는 행추위에서 이변이 없는 한 재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사의를 표명한 이상철(李相喆) 제주은행장 후임으로는 내부승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바람 잠잠한 공적자금 투입 4개 은행=은행장 퇴진설 때문에 잔뜩 긴장했던 조흥·한빛·외환 등 3개 은행은 설(說)이 무마되면서 덤덤하게 주총을 맞고 있다. 은행장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 대부분의 상임·집행이사들이 지난해와 올해 승진했고 임기가 끝나는 임원이 아예 없다. 더욱이 경영책임을 물어 중도에 경영진을 퇴진시키려해도 은행장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특정 임원만을 골라내기는 부담스럽다. 명분을 찾으려해도 뚜렷하게 과실을 추궁할 만한 대상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은행별로 보면 한빛은행은 올해 초 김영대씨를 이례적으로 지점장에서 이사대우로 승진시켜 「대기」 중인 다른 고참 부장들이 맥이 빠져 있다. 그나마 이사대우급 준법감시인 선임을 앞두고 기대를 걸기도 했으나 금감원측이 외부인사를 영입하도록 지도하고 나서 더욱 실망하는 분위기. 다만 자회사인 한흥섭 한빛여신 상무가 지난 2월중순 퇴직해 그 자리로 현직 임원이 한명 나가면 자리가 빈다. 승진을 기대하는 그룹으로 윤진호 영업1부장, 이종천 영업2부장, 정남진 개인고객본부 부본부장, 한기철 국제팀장, 이종휘 재무기획팀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김진만(金振晩) 행장이 개혁적인 인사를 한다면 또다시 의외의 발탁도 생각할 수 있다. 외환은행과 조흥은행도 이번 주총에서 임원인사는 아예 없을 가능성이 높고 있다해도 극히 미미할 전망. 조흥은행은 그동안 고통스럽게 승진을 기다리던 홍칠선(洪七善)·기순홍(奇淳弘)·경명현(景明鉉)·윤규성(尹圭成)씨 등 본부장들을 지난 1월 이사대우로 승진시켜 사실상 인사가 끝난 상태. 감사를 제외한 상무·이사대우들이 모두 지난해 승진, 이갑현(李甲鉉) 행장이 독하게 「칼」을 뽑지 않으면 내보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만약 한자리쯤 생긴다면 최성규 영업부장, 현운석 일본지역본부장, 박삼령 호남본부장 등이 승진을 기대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사실상 정부은행이 된 서울은행은 일단 새로운 행장을 찾는 일이 최대 과제.새 행장에게 임원인사를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아직 은행장 밑의 경영진 구도 변화를 점치기 이르다. 그러나 이번에 김현기(金鉉基)·김규연(金圭演) 상무, 이석희(李碩熙) 이사대우 등의 임기가 끝나 물갈이 폭이 상대적으로 클 전망. 서울은행 매각과 관련해 특채 형식으로 기용된 李이사는 어차피 「일거리」가 없어져 물러날 전망이고 다른 두 상무도 최근 추세에 비추어 중임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김규연 상무는 서울은행 임원 중 그만한 일꾼이 없다는 점에서 남아 있어 주기를 기대하는 내부 여론이 우세. 승진후보로는 최순휴 기업금융부장, 박항규 중앙영업본부장 등 호남출신 고참들과 이인수 고객지원부장, 서정남 경영관리부장 등이 꼽힌다. ◇변수 투성이 시중은행 임원인사 구도=국민은행의 올해 임원인사는 전적으로 누가 은행장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김연기 상무가 내부에서 승진한다면 연쇄적인 승진인사가 가능하다. 상무이사대우들 가운데 1명이 등기이사로 올라가고 기타 지역본부장이나 고참 부장급 가운데 1명이 자연스럽게 상무이사대우로 승진하는 구도로 이어질 전망. 이 경우 등기이사로의 승진은 김덕현(金德顯)·김복완(金卜完)·박도원(朴道源)·김유환(金有丸) 상무대우 등의 경합이 예상된다. 김복완 상무는 광주일고 출신이며, 박상무는 여권 실세와 인척관계. 상무대우 승진을 기대할 만한 인물로는 이종민·김용국·김창환·윤옥현 본부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만 국민은행장으로 외부 인사가 영입될 경우 자리가 나지 않고 행장 취임과 동시에 인사권을 휘두르기도 어려워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의 올해 임원인사는 자회사 사장단 인사가 최대 변수. 강신중(姜信重) 신한캐피탈 사장이 올해 임기가 끝나는데다 안광우 신한투신운용 사장의 중도 퇴진 가능성이 유력시되기 때문. 이 중 姜사장은 현재까지 유임·퇴임의 가능성이 반반으로 점쳐진다. 경영실적이 좋은데다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재일교포 주주측과도 비교적 관계가 원만한 반면 이인호 행장보다 나이가 많은 「옛날 사람」이라는 점이 부담. 유양상 신한증권 사장 역시 경영성과가 우수하고 임기 중인데도 같은 맥락에서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安사장은 대우·대한종금 관련 부실이 문제가 돼 임기와 관계없이 사표를 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회사 사장 일부가 물러나면 신한은행 임원들이 방출되고 적어도 한두자리는 신규 승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로는 최고참인 박성희 영업부장과 아래 위 신망이 모두 두터운 남기도 신용관리부장, 장서규 전산정보부장, 김광림 명동지점장 등이 꼽힌다. 다만 44년생의 박부장은 나이가 부담. 하나은행 역시 자회사가 변수. 합작선인 알리안츠와 제휴해 투신운용사를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사장과 전산담당 임원 등은 알리안츠 몫으로 넘어갔지만「회장」자리 등을 활용해 기존 임원을 방출할 수 있다. 행내 일각에서는 金행장의 연임과 함께 대대적인 「임원정리」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옛 보람은행 임원들이 그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임기가 끝나는 한석우(韓晳愚) 감사의 후임으로는 최근 금감원 인사 후 보직이 없는 국장급 가운데 한명을 영입하지 않겠느냐는 관측. 또 이번에 외국인을 전산담당 임원(CIO)으로 스카우트하게 된다. 한미은행은 원칙적으로 임기가 끝나는 임원이 없지만 박석원(朴錫遠) 상무가 논란의 대상. 등기이사 임기는 1년이 남았지만 당초 이사대우로 승진할 때 은행장 앞으로 「이때부터 임기를 기산하겠다」는 각서를 냈기 때문. 반면 지난해 일괄사표를 내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에 당시의 각서가 효력이 없다는 해석도 있어 신동혁(申東爀) 행장이 어떤 판단을 할 지 미지수. 만약 朴상무가 물러날 경우 역시 연쇄승진을 통해 자리가 나며 이재곤 영업부장, 유재환 국제금융팀장, 금기탁 심사팀장 등이 이사대우(상임위원) 승진을 기대해 볼 만한 그룹. 평화은행은 이사대우였던 김해근씨가 정보통신 회사로 나가는 바람에 한자리가 비어 있다. 김정구 고객부장, 남택관 영업부장, 이재전 관리부장 등의 승진 가능성이 점쳐진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3/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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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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