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터키와 한국만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자본시장의 첨병인 증권거래소가 공공기관이라는 점이다.
한국거래소(KRX)의 글로벌 위상은 높다. 거래대금 규모는 전세계 9위, 시가총액 측면에서는 16위다. 파생상품 거래량은 단연 1위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지분은 국내외 36개 증권ㆍ선물회사들이 90%가량을 쥐고 있다. 정부는 단 1%도 없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초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장 독점의 논리를 앞세워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만들어버렸다.
경영 합리화 등과는 거리가 먼, 당시 사퇴에 반대했던 거래소 이사장에 대한 괘씸죄와 공공기관 요직에 낙하산을 내려보내기 위함이었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이후 4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껏 '살아 있는 권력'앞에서 금융투자업계가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지를 거론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로 통한다. 거래소와 주요 주주인 증권사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 앓기가 따로 없었던 셈이다.
오죽했으면 매년 연말이면 정부가 공공기관의 해지ㆍ지정과 관련해 해당 기관의 입장을 듣는데도 불구하고 거래소 측이 해지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단 한 번도 제출하지 않았을까.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을 민영화시키고 알짜기업인 인천공항까지 민간에 팔겠다는 현 정부가 정작 지분도 없는 거래소를 공공기관에 계속 묶어 두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 와중에 최근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임기가 1년 더 연장됐다. 김 이사장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첫 해에 취임했다. 따라서 인사와 예산 등 핵심 업무를 몸소 겪어봤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거래소의 위상 약화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례로 부산과 서울로 나뉘어진 700여명의 거래소 직원들이 '교통비'눈치 탓에 3년간 한 번도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겠는가. 김 이사장은 언제나 '반쪽 수장'이었던 셈이다.
주주 자본주의를 부르짖어야 할 거래소가 정작 자신은 지분이 전혀 없는 정부의 손아귀에 놓인 마당에 업계에 더 이상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한국거래소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한다. 그리고 이를 앞장서서 해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거래소의 최고 수장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