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경제] 인플레이션 논쟁 재연

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사라졌는가, 아니면 잠복해 조만간 나타날 것인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 경제계에 인플레이션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FRB의 매파와 이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그룹들은 실업율 저하로 임금인상 압박이 심해지고,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사전에 억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른바 「신경제」이론가들은 90년대 미국 경제가 저실업율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기 때문에 고전 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며 금리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최근 「골동품 창고」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FRB가 낡은 필립스 이론을 꺼내 21세기를 앞둔 경제에 적용하려는 것은 착오』라며 금리인상에 반대했다. 필립스 이론은 실업율이 낮아지면 인플레이션을 자극, 경기과열을 초래한다는 것. 저널지는 이 이론이 저성장과 고인플레이션이던 70~80년대와 고성장과 저인플레이션을 달성하고 있는 90년대에도 오류로 판명됐다고 지적,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사임을 발표한 앨리스 리블린 FRB 부의장도 미국 경제가 높은 생산성과 낮은 실업율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경제를 주창하는 이론가들은 기술 발달에 따른 생산성 향상 노동 탄력성 기업의 다운사이징(인력 감축) 경제의 글로벌리제이션 등으로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금값 하락이 인플레이션이 없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리치몬드 FRB의 알프레드 브로더스 총재는 『2차대전 이후 경기과열은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했고, 불경기로 막을 내렸다』며 금리정책으로 통화증발을 억제할 것을 주장했다. 코메리칸 은행의 데이비드 리트맨 부사장은 『현재의 저물가는 세계적 디플레이션으로 수입품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며,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린스펀은 신경제론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그는 하이테크 산업의 발달이 생산성을 높였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그러나 최근엔 미국의 신경제에도 고전적 인플레이션과 경제의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 인플레이션 사전 예방론자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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