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안산 中企채용박람회 가보니] “외국인 대신할 일손 한명도 못구해”

19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시청 부근. 양복차림의 청년 몇 명과 점퍼 차림의 중, 장년층 20여명이 서류가방을 손에 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 켠에는 일손을 구하는 중소기업인들이 부스를 차려놓고 `새내기 직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안산시청에서는 안산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최한 `안산 919 취업광장`이 개최됐다. 국내 최대 중소기업 산업단지인 경기도 시화 및 반월공단의 50여개 중소업체들이 인력을 구하고자 이날 행사에 참가했다. 박람회에서는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된 현장이 연출됐다. 400여명 구인에 불과 90여명의 취업 희망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이들 대부분이 복수 업체에 지원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참석자는 60여명에 불과했다. ◇젊은 인력, 생산직 근로 희망자는 아예 없어 = 안산 시화공단내 위치한 프레스 전문업체인 ㈜화신은 강제출국한 3명의 외국인 숙련공을 대신한 인력을 찾고자 이날 행사에 급히 참가했다. 생산직 근로자 2명을 포함, 총 6명의 직원을 모집했으나 박람회가 끝날 때까지 이 회사는 2, 3명의 취업희망자만을 만났다. 회사 관리부 관계자는 "그나마 이들도 전부 사무직 근로를 기대하는 여사원들이었다”며 “급히 인력이 필요한 생산직에 일하겠다는 이는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여타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기술력을 갖춘 중견기업들도 오로지 `제조업체`란 이유로 외면을 받았다. 4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금형업체 한영알미늄의 경우 생산직 10명, 품질검사원 2명, 배관원1명 등을 구하고자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정작 불과 3명의 구직자만이 이들 업체를 희망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채용박람회에 참석해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 “외국인은 내쫓고 내국인은 외면하고” = 이날 박람회를 찾은 서울 소재 모 대학 출신인 한 모씨(28)는 “실제 취업은 다른 곳에서 할 예정”이라며 “행여 (연봉, 근로조건 등이) 마음에 드는 업체가 있을까 들러 봤지만 예상대로 중소기업은 기대 이하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박람회를 찾은 젊은이들 대부분이 중소기업 취업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그저 어떤 업체가 있나 점검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박람회에 참가한 중소기업인들은 한결같이 `일하겠다는 외국인은 내쫓기고, 일할 내국인은 없는` 제조업체의 비애(悲哀) 를 토로했다. 한 참가자는 “전부 관리직에서만 근무하겠다고 하니 제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채용박람회서 중소기업이 젊은 인력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보다 힘들다”며 “워낙 사람이 없다보니 40, 50대 중, 장년층 인력조차 반가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날 채용박람회는 인력 구하기를 포기한 참가업체들의 이른 `철거`로 단 두 시간 만에 끝나고 말았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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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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