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국가들이 해외 투자펀드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한다. 대형 해외펀드의 경영권 개입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정부에 펀드 감독 강화를 요구하고 나선데 따른 것이다. 이는 시장논리를 내세워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대형 펀드의 기업인수와 상품시장에서의 투기적 거래에 대해 묵인하고 있는 미국 금융당국의 입장과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기업들은 세계적인 사모펀드들이 헤지펀드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대표주자인 칼라일과 블랙스톤그룹이 헤지펀드를 설립해 운영하고, 모건스탠리ㆍJP모건체이스ㆍ리만브라더스 등 월가 투자은행들도 헤지펀드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는데 대해 투자의 불안정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것.
이와 관련 EU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미국 월가(街)의 대형 펀드들이 적은 지분으로도 ‘주주 자본주의’를 내세워 경영 간섭을 일삼고, 단기 수익을 좇아 무리하게 경영전략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대형 펀드들은 대기업은 물론 독일증권거래소인 도이치뵈르제와 유로넥스트 등 증권거래소에 대해서도 지분을 확보해 거래소 운영에도 직접 간여하고 있다.
EU 국가들은 헤지펀드가 기업인수합병(M&A)과 상품거래, 선물ㆍ옵션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정부차원의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90년만 하더라도 헤지펀드 규모가 390억달러에 불과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지만 지금은 세계 헤지펀드 시장이 1조5,000억달러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5% 보유지분 공시’규정을 두고 있는 미국보다 더욱 엄격히 적용해 헤지펀드가 특정기업의 지분 3%만 가지고 있어도 공시토록 했다.
특히 독일 의회는 헤지펀드들이 연합해 특정기업의 지분을 대거 사들여 경영권 간섭에 나서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또 유럽위원회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그룹을 결성해 국경을 넘나들며 영역을 넓히고 있는 헤지펀드들을 통제하기 위한 단일 규정을 이미 마련한 상태다.
한편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ㆍ증권거래위원회(SEC)ㆍ상품선물거래위원회 등이 상원 위원회에서 공공연히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보다는 자유방임이 금융시장의 경쟁력과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