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폭탄 공급'에 민간주택 급속 위축… 시장 기능 왜곡 불렀다

시행 1년 '보금자리 주택' 현주소는…<br>개발 호재로 땅값 급등 부작용 LH 재정난·지자체 반발도 커<br>"서민 주거안정" 일부 긍정 평가속<br>"공급시기 조절을" 목소리도 높아



오는 8월27일로 이명박 정부의 핵심 주거안정정책인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1년을 맞는다.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혔다는 평가와 함께 시장기능 왜곡, 강남권 물량만으로의 집중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산한 보금자리주택 1차 사전예약 창구(왼쪽)와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반대 현수막.

지난해 8월2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의 화두는 '서민층의 주거안정'이었다. 전셋값에 이어 집값마저 들썩이자 정부는 공급확대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든다. 오는 2018년까지 공급하기로 했던 15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 중 수도권의 경우 2012년으로 대폭 앞당기고 공급량도 20만가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기치는 비닐하우스로 가득 찬 그린벨트를 푸는 명분도 됐다.

회의 직후 국토해양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 및 공급체계 개편방안', 이른바 '8ㆍ27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정책의 핵심인 '보금자리주택' 공급은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시행 1년이 다가오는 현재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민이 싼값에 강남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지만 부동산시장의 기능을 왜곡시켰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등으로 지속적인 추진에 난항도 예상된다.

◇보금자리주택 속도전, 공급폭탄으로=보금자리주택 공급은 지난해 10월 시범지구인 서울 강남ㆍ서초, 고양 원흥, 하남 미사 등 4개 지구에서 1만4,300가구가 사전예약 방식으로 시작된 데 이어 지난 3월 위례신도시에서 2,350가구, 5월 2차지구에서 1만5,500가구 등 총 3만2,150가구가 같은 방식으로 추진됐다.

올 하반기에는 3차지구 사전예약(약 1만8,000기구)과 시범지구 본청약(2만4,700가구) 등의 일정이 대기하고 있다. 4차지구 후보지 선정 및 지구지정도 9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분기마다 한두 차례씩 2012년까지 총 150만가구(수도권 100만가구, 지방 5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당초 2018년까지였던 계획을 '8ㆍ27대책' 이후 6년이나 앞당겼다. 정부의 주택공급이 이처럼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민간공급 위축, 보금자리지구 땅값은 급등=이처럼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숨가쁘게 이뤄지는 데 반해 민간주택 공급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에다 주변 시세보다 30~50%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집중적으로 공급되면서 민영주택의 설 자리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관련기사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는 총 5만1,844가구의 민영 아파트가 공급됐다. 이는 최근 3년 평균보다 14.8% 급감한 것이다. 민영 아파트는 2007ㆍ2008년 상반기에 각각 7만3,904가구, 8만199가구가 공급됐다. 주택업체들이 공급일정을 계속 뒤로 미루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금자리지구 인근 땅값이 개발호재로 급등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국 땅값이 전달보다 0.05% 올라 15개월 연속 상승한 가운데 특히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급등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같은 달 보금자리지구가 포함된 경기 시흥ㆍ하남시는 각각 0.29%, 0.25% 올랐다. 하남시의 경우 지난해 3.72% 뛰어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해 대거 대기수요로 돌아서면서 전셋값이 급등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ㆍ27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9월 서울의 60㎡ 이하 아파트 전셋값은 3.3㎡당 553만원에서 올해 6월 말 636만원으로 12% 급등했다.

◇공급시기 조절 목소리 갈수록 커져=보금자리주택이 무주택 서민층에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게 하고 주택가격을 하향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무주택자들이 입지여건이 좋은 곳에서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며 "중장기적인 주택공급기반 조성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를 어느 정도 인하한 효과,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공급이 이뤄지게 한 점, 생애최초ㆍ신혼부부 등 다양한 주택 수요층에 주택을 공급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주택공급이라는 숫자에만 매달리다 보니 시장안정보다 오히려 시장 본연의 기능을 왜곡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시장상황이 크게 달라진 만큼 보금자리주택의 공급물량도 이에 맞춰 조절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도시계획 전공) 교수는 "서민층의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임기 내에 모든 공급을 마치겠다는 목표가 지금은 오히려 (시장 부작용이라는) 역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은 한 템포 늦춰 숨 고르기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도 "한꺼번에 분양하고 성급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기존에 주택분양이 많았던 곳은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앞으로 지정되는 보금자리지구(4차지구)의 공급계획은 정확한 수요예측과 시장상황에 맞는 공급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