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시기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직접 경험한 상실의 세대. 사회 관습에 저항하면서도 정체성을 찾지 못해 버림받았던 비운의 집단. 1950~60년대 미국의 거리를 떠돌았던 비트세대에 대한 표현이다. 소설가 잭 케루악이 1957년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비트 세대들의 희노애락을 담은 소설 '온 더 로드(On the road)'를 출간했을 때 전세계 젊은이들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라도 되는 양 열광했다. 월터 살레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온 더 로드'는 바로 잭 케루악의 소설을 원작으로 당시 희망을 잃은 세대의 방황을 담담한 시선으로 표현했다.
영화는 오래 전에 가족을 떠난 아버지를 도박장에서 만나는 아들의 심경을 담은 느릿한 선율의 노래로 출발한다. 샐은 상실감을 털어버리고자 딘(가렛 헤드룬드)과 그의 어린 연인 메리루(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함께 뉴욕에서 서부로 향하는 여행을 계획한다. 때론 히치하이킹으로 때론 자동차로 덴버,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멕시코 시티를 여행하길 4차례. 원작자가 소설에서 "범죄자와 노숙자 직전의 신분으로 세상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힌 것처럼 스크린도 미국 서부의 전경과 섹스·마약이 자유로운 세계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믿었던 비트세대들의 일탈을 감각적이고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구스타보 산타올라야, 찰리 파커, 빌리 홀리데이, 엘라 핏제랄드 등 재즈 뮤지션들의 선율은 흐느적거리며 목표를 잃은 세태의 어지러운 발걸음을 때론 매력적으로, 때론 서글프게 보여준다.
50년대 비트 세대는 어쩌면 숨통을 죄어가는 청년실업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우리의 청년과 통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 부호였다. 2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3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