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2월 1일] '김봉수식' 거래소 인사 개혁

한국거래소(KRX) 사람들은 요즘 '변화'가 어떤 것인지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김봉수 신임 이사장의 파격 인사가 그야말로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김 이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인력을 10% 감축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고 곧바로 임원 18명 전원의 사직서를 제출받아 이 중 절반(본부장 2명, 본부장보 7명)을 퇴진시켰다. 후속 본부장보 인사를 지난달 22일 한 데 이어 부서장 인사(1월27일)와 팀장 인사(1월29일)를 불과 1주일 만에 마무리했다. 부서장ㆍ팀장급 가운데 40%를 교체했으며 신규보직을 받은 사람 중 과반 정도를 연공서열을 건너뛰어 부부장(D2)와 신참 과장(M2)급 등 소장 그룹에서 발탁했다. 지난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 후 최대라는 이번 인사에는 특히 '부하 직원 선택제(드래프트 시스템)'가 도입됐다. 과거의 톱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상위관리자들이 모여 함께 일할 부하직원을 직접 선택하는 제도로 프로 운동선수들의 선발절차와 비슷하다. 인사가 이렇게 광범위하면서 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거래소 내에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사고과 등 기존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통합거래소 출범 후 지켜져 오던 출신기관별 안배가 무너지고 있다" "조직의 안전성은 전혀 도외시한 인사다"등 숱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다만 지난해의 공공기관 지정, 전임 이사장과 현 정권의 대립 등으로 만들어진 '조직이 사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분위기 속에서 이 같은 불만은 수면 위로까지는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이번 인사는 전적으로 김 신임 이사장의 선택이다. 고객과 현장 중심의 인사체계를 구축해 우수인재를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 본부별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것이 이번 인사의 목표다. 팀장 인사가 발표된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는 '2009년 공공기관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거래소는 꼴찌 수준인'미흡'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김봉수식 인사개혁'의 성패는 인사과정에서 쏟아진 불만을 수습하고 봉합해가면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달린 것으로 보인다. 내년 공공기관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거래소가'우수'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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