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조이야기] 대법 "명백한 패소 아닐땐 소송구조 가능"

저소득층 소송비 부담덜어재판(민사)을 통해 억울함을 밝히고 싶지만 소송비용이 없는 사람들은 법원에 소송구조(訴訟救助) 를 신청해 볼만 하다. 최근 대법원이 소송구조를 받아들이는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송구조를 신청해 볼만하다는 뜻이다. 소송구조신청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면 인지대등 모든 소송비용을 들이지 않고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부산광역시 동래구에 살고 있는 김모씨 등 3남매는 사업을 하고 있던 아버지의 권위로 S금고에 연대보증을 섰다 낭패를 당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3남매는 지난 95년9월 부모의 부름을 받고 부산 집으로 단숨에 달려왔다.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던 아버지는 자녀들과 함께 공동 명으로 되어 있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 자녀들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웠다. 이것이 이들 3남매의 운명이 바뀌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우려했던 아버지의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고 담보로 제공된 수 십억원 짜리 부동산은 현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경매에 넘어 가는 등 가족 모두는 빚쟁이 신세가 되어 버렸다. 특히 이들 3남매는 연대보증인으로서 혹독한 빚 독촉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연대보증을 설 당시 학생신분으로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않는 등 절차상 문제점을 법원에 호소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들 3남매는 거액의 소송비용을 마련할 길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누군가 법원에 소송구조 신청을 내라는 귀띔을 받고 이를 신청하게 됐다. 하지만 원심인 부산지법은 이들에게 소송구조신청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들 3남매는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대법원 제2부는 최근 이들 3남매가 낸 재항고사건을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주심은 이용우 대법관이 맡았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민사소송법상 소송상구조의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다'는 것은 소극적 요건이므로 신청인이 승소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소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당시까지의 재판절차에서 나온 자료를 기초로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요건은 구비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승소의 가능성'을 신청인이 소명하도록 하던 종래의 입장에 비해 매우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민사적으로 억울함을 당한 많은 가난한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법원도 이번 결정을 근거로 앞으로 소송구조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한다. 억울함을 당하고 소송비용이 없어서 가슴 앓이를 하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커다란 희망이 되는 제도로 뿌리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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