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삼성 합병 주총이 한국 경제에 남긴 숙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임시주총이 17일 삼성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삼성은 미국계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표 대결에서 소액주주들의 몰표에 힘입어 69.53%의 찬성률로 합병을 마무리 짓게 됐다.


삼성이 지난 53일간의 합병전쟁에서 완승한 것은 무엇보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중시한 소액주주, 나아가 국민적 성원의 덕택이 크다고 본다. 이번 합병이 철저한 준비 없이 진행되는 바람에 외부 세력에 공격의 빌미를 준 허술한 구석을 보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주주들은 작은 이익을 떠나 투기세력에 휘둘리는 삼성을 지켜야 한다며 한결같은 지지를 보냈다. 이런 주주에게 보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기업가치를 키우는 일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목표로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영진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주주와 협력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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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사태가 주는 교훈은 단지 삼성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해외세력은 한국 특유의 반기업정서를 틈타 기업들의 취약점을 파헤치면서 또 다른 먹잇감을 찾으려들 게 뻔하다. 이들을 단순한 먹튀 세력으로 취급하고 애국심과 감성에만 호소하려 든다면 제2, 제3의 엘리엇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일반주주를 홀대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주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적극적인 주주친화 경영에 나서야 한다. 수시로 기업현황을 알리고 주주들과의 스킨십 경영에 나서는 한편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에도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이번 사태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물론 기업들 스스로 지분율을 높이고 우호세력을 많이 확보하는 등 방어막을 갖춰야 하겠지만 선진국처럼 최소한의 경영권 안전장치는 갖춰져야 마땅하다. 전직 경제부총리조차 엊그제 "외국 펀드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기업을 공격했을 때 야당도 국내 기업을 도와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치권에 조언했다. 마침 국회에서도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보호장치를 입법화하겠다고 나섰으니 귀담아들을 만한 대목이다.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경영권 보호를 위한 관련 제도 및 법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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