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야성 잃은 민주 딜레마 빠졌다

①적은 의석수 ②당내 구심점 부재 ③노선 갈팡질팡<br>강한 지도력으로 분위기 쇄신할 인물도 없어<br>"與 헛발질만 노릴수밖에" 자조적 목소리까지

통합민주당의 김효석(가운데) 원내대표와 최인기 정책위 의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과 관련, 축산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종욱기자

“의석수는 적고, 당내 구심점은 없고, 노선은 갈팡질팡 하니 야당 생활이 험난할 것 같아요.”(통합민주당 재선 의원)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세 가지 딜레마에 빠졌다. 거대 여당에 맞서는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원내와 당내, 장외에서 모두 고전이 예상된다. 원내에선 과반 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 보다 수적으로 열세며 당내에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분위기를 쇄신할 만한 인물이 적다. 또 개혁과 보수에서 갈피를 못 잡는 정치노선으로 이슈 선점과 여론 몰이가 쉽지 않다. 야당으로서 야성미를 찾기 어렵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당내 구심점의 부재다. 손학규 당 대표가 4ㆍ9총선 패배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후 보름이 지났는데도 당권을 이어 받아 전열을 가다듬겠다고 전면에 나서는 세력이 없다. 정세균ㆍ김효석ㆍ추미애 의원 등의 대망론이 물밑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은 하마평만 무성하다. 민주당이 이처럼 진공상태에 빠진 것은 대선과 총선 패배 과정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계와 친노계 등 기존 대주주 진영이 침몰한 반면 대안으로 떠올랐던 손학규 대표계가 당력을 장악하지 못한 탓이다. 결국 당내 모든 계파들은 각각 10명 안팎의 금배지들이 포진하는 비주류 소수 그룹들로 전락했다. 이중 동교동계 및 정 전 장관계와 두루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추 의원이 구민주당 출신의 박상천 공동대표 그룹(김충조ㆍ박주선 의원 등 8명), 통합파그룹(김효석ㆍ이낙연 의원 등 7명)의 지지를 받을 경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또 손 대표계에선 386출신의 송영길 의원 등이 부각되고 있지만 손 대표의 측근인 정국교 비례대표 당선자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었고 당내 386진영이 대거 낙마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지층을 재결집을 위한 새 정치노선 모색도 난항이 예상된다. 당 국가전략연구소는 지난 달 ‘중도개혁주의’라는 제목의 연구논총에서 ‘제 3의 길’을 거듭 주창했다. 미국 민주당이 지난 80년대 후반 좌파 원리주의를 극복하고 부활에 성공했던 것을 사례로 든 것이다. 그러나 중도개혁의 구체적 개념과 정책이 모호해 당내 실용파와 개혁파간 소모적 논쟁만 부추기고 있다.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 문제를 놓고도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대립을 하고 있다. 또 민주당의 중도개혁주의가 한나라당의 중도보수와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점도 유권자들에게 강한 야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감세정책 등을 놓고도 민주당이 ‘총론에는 찬성, 각론에는 반대’라는 어정쩡한 입장을 표명하고있다. 이런 가운데 18대 의석수가 81석에 그쳐 민주당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헛발질 하는 것을 노리는 수 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며 “새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진지한 노선 투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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