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공포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과 독일ㆍ영국의 국채 수익률이 나란히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그리스에 이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보다 13bp 떨어진 1.619%로 지난 1946년 2월과 지난해 10월 각각 기록했던 1.672%를 깨고 사실상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5년물과 7년물도 각각 0.684%와 1.048%로 최저치를 보였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유럽 재정위기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보다 국채금리 하락에 더욱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국채금리 하락 추세는 유럽 위기가 가라앉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비드 코드 윌리엄스캐피털그룹 트레이딩헤드는 "공포 그 자체"라며 "유럽 위기에 대한 공포와 패닉이 아니라면 이 정도까지 금리가 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채권 트레이더와 펀드매니저들이 유로존 위기가 더욱 악화할 경우 10년물 수익률이 1.5%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유로존 문제로 불안감이 커지면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자금들이 미 국채시장으로 계속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독일 국채(분트)와 영국 국채(길트) 수익률도 나란히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독일 10년물 수익률은 1.259%를, 2년물은 '제로(0)'를 각각 기록했다. 영국 국채 10년물도 1.647%로 영국 정부가 차입을 시작한 17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가신용등급 트리플에이(AAA) 국가의 국채에 수요가 몰리는 데 비해 이날 실시된 이탈리아 5년물, 10년물 국채입찰에서는 당초 목표였던 62억5,000만유로에 미치지 못하는 57억3,200만유로만 발행됐다. 낙찰금리도 10년물이 6.03%로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국 내 3위 은행인 방키아에 대한 구제금융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는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613%까지 치솟았다. 독일 국채 10년물과 스페인 국채 10년물의 금리차는 5.41%포인트로 유로 출범 이후 최대로 확대됐다. 데이비드 매키 JP모건체이스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이 결국 외부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