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판다 게임'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春節)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말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폭탄발언’이 중국인들의 들뜬 기분을 싸늘하게 가라앉혔다. 천 총통은 춘제를 맞아 고향인 타이난(臺南)현을 방문, 지역 유지들을 만나 “국가통일위원회 및 국가통일 강령의 철폐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무력침공 의사가 없는 한 대만의 독립을 선포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지론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 국가 두 정부 제도(일국양제ㆍ一國兩制)’를 통일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는 중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천 총통의 이번 강경발언은 중국 측의 판다곰 선물공세와 관련이 있다. 중국은 지난달 대만 정부의 의향과 관계없이 한쌍의 판다를 선물로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중국의 통일문제가 새삼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주고 싶다는 중국과 받을 수 없다는 대만 사이에서 ‘판다게임’은 그렇게 시작돼 갈등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대만 측이 선뜻 판다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짓궂으리만큼 줄기차게 ‘판다카드’를 내밀었고 대만 측은 스스로 독립하기 어렵다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면서도 중국의 판다공세를 빌미로 ‘독립선언’ 가능성을 높였다. 더욱이 대만 국민의 대부분은 중국 측이 주겠다는 판다 선물을 받기 원하고 있다는 점이 ‘게임’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대만의 한 신문이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대만 시민 77%가 ‘판다곰을 환영한다’고 응답한 반면 반대하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중ㆍ대만 관계는 최근 1년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며 달려왔다. 지난해 5월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당수가 중국을 방문해 ‘국공합작 회담’을 열었을 때만 해도 해빙되는가 싶던 양안(兩岸)관계는 천 총통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만독립 문제가 담긴 신헌법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난기류에 휩싸였다. 이 와중에 돌출된 ‘판다게임’이 양안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만 국민 절대다수가 판다를 열망하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분단국가의 얄궂은 운명을 말해주는 듯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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