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령자 고용하라면서… 실업급여 나이 상한 10년째 제자리

자영업자 65세 넘기면 폐업해도 실업급여 못받고 신규 고용보험 가입도 안돼<br>"시대 변해 혜택범위 넓힐 필요"

10년 전 은퇴한 뒤 창업과 폐업을 거듭한 정민철(67·가명)씨는 최근 서울 신촌에 호프집을 열었다.

그 동안 수 차례 실패의 쓴맛을 본 정씨는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혹시나 다시 폐업하더라도 실업 급여를 받으며 재기를 꿈꾸고 싶었다. 하지만 정씨의 바람은 이뤄질 수 없었다. 일반 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도 만 65세 이상은 실업급여를 위한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새 정부가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구직 활동을 장려하는 사회안전망인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나이 상한이 10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행 고용보험법은 만 65세 이전에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65세를 넘겨 폐업을 할 경우 실업급여를 못 받도록 돼 있다. 65세가 지나면 고용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것도 물론 금지된다. 이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일반 직장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65세 이전 가입자에 한해서만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실업급여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창업한 신규 자영업자 중 5년 생존율이 30%를 간신히 웃돌 정도로 창업실패에 대한 우려가 높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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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쏟아지는 시점에 새 정부는 장년층과 노년층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연령 조건은 10년째 제자리다. 실업급여는 실직 후 생계 위협을 최소화하면서 구직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마련한 사회안전망이지만 지급대상을 현실과 달리 너무 제한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995년 고용보험법을 도입할 당시 나이 상한 조건은 만 60세였다. 이 조건이 만 65세로 바뀐 게 2004년이었을 감안하면 10년 가까이 시대 상황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상당수의 국가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65세 전후를 제한 조건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처럼 연령 상한을 아예 두지 않는 나라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60세 정년 법제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장 근로자는 논외로 하더라도 자영업자의 경우 수급 연령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원 마련, 젊은 세대의 반발, 노동 시장의 상황 등 여러 제약 요소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면서 우선 자영업자에 한해 고용보험 혜택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은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앞으로 고연령층의 경제활동이 지금보다 활발해지면 실업급여 지급대상 연령을 상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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