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복지 확대, 과세대상부터 넓히자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들이 쏟아내는 달콤한 복지공약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복지재원 조달방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복지를 위한 중구난방식 증세는 서민의 세 부담을 늘려 복지를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경제에 비효율을 초래해 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또한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공약은 집권 후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때 약속한 무상복지 공약의 대부분을 집권 후 거둬들인 일본 민주당이 반면교사다.

세율 올리면 성실 납세자들만 피해

복지재원은 세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려 조달할 수 있다. 세출을 줄이는 방안은 운신의 폭이 좁다. 우리나라 총 세출예산 약 283조원(2010년) 중 63.8%는 인건비 등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이고 나머지 36.2%(102조여원)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농어촌 지원 등 명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 부담을 늘리기 전에 세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출구조 조정으로 충분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막대한 복지재원을 조달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한데도 대선 후보들은 증세에 솔직하지 못하다. 증세 방안으로는 세원(稅源), 즉 과세 대상을 확대하거나 세율을 올려 ‘과세표준(과세 대상 평가금액)×세율’로 계산되는 세입을 늘리는 투트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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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세원확대가 먼저다. 세 부담능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소득이 주(主)세원이고 ‘소비와 재산’은 보조세원이다. 소득세를 강화해야 세 부담이 공평하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7%)에 비해 월등히 낮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38%)은 OECD 평균 최고세율(35.8%)보다 높지만 소득세 비중이 낮은 것은 과세 대상에서 빠진 소득이 많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방만한 비과세ㆍ감면, 지하경제,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 역외탈세 등 부자의 누락 소득을 그대로 두고 세율을 올려봤자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어느 대선 후보는 세원확대보다 세율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이 높은 점과 세계 각국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추세를 간과한 것이다. 누락된 소득을 그대로 두고 세율만 올리는 조세정책은 경제에 비효율을 초래함은 물론 성실 납세자가 세금을 더 물게 되고 탈세자의 배만 불린다.

소득세 강화하되 부유세 등 피해야

보조세원인 소비에 과세되는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후보 캠프도 있다. 부가가치세율을 2%포인트 인상할 경우 별 조세저항 없이 10조~12조원의 세입이 늘어난다. 하지만 부가가치세는 고소득자나 저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동일(현행 10%)하므로 상대적으로 저소득자의 세 부담률을 높이는 단점을 갖고 있다. 세 부담이 공평하면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진 소득세 강화가 먼저고 부가가치세 인상은 후순위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표를 의식해 재산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부유세를 도입하거나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정책도 조세원칙과 현조세환경에 맞지 않는다. 자본 유출입이 자유로운 ‘지구촌 경제시대’에 특정 계층의 재산을 겨냥한 부유세와 종부세로 복지재원을 조달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부유세를 폐지했고 한국의 종부세는 연간 세수가 1조원 남짓한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했다. 이것이 재산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세금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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