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소버린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참여연대가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제시한 `중재안`이 양측은 물론 채권단에게서도 거부됐다.
이에 따라 SK㈜와 소버린은 3월 주총에서 이사회 구성을 비롯한 지배구조개선 방안 등을 둘러싸고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참여연대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원 SK㈜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퇴진시키되 최 회장의 경영권은 인정하자고 소버린측에 제의했으나 거부당했다”며 “최 회장과 김승유 하나은행장도 중재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비자금사태와 부실경영의 책임자인 최 회장, 손길승 SK회장, 김창근 SK㈜ 사장의 등기이사 퇴진
▲최 회장의 경영권 인정
▲주주추천 후보로 사외이사 선임 등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한 뒤 채권단과 SK㈜ 경영진, SK㈜ 2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과 협의해 왔다.
참여연대는 최 회장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SK㈜ 정관개정 등을 위해서는 기존 경영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등기임원은 인정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은 “중재안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내부거래위원회 신설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 획기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며 “하지만 사전 협의 결과 당사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 있는 것으로 확인돼 참여연대는 이번 주총에 일체 관여치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SK해운 법인자금의 불법유출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낼 계획이라며 “SK해운이 상장되지 않아 SK해운의 최대 주주인 SK㈜의 주주자격으로 소송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SK텔레콤의 정관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이사회에서 배제된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최태원ㆍ손길승 이사는 퇴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주주제안 형식으로 사임권고안을 주총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 대표인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은 “최 회장은 등기이사 임기가 2005년 3월 만료되는 데다 SK그룹의 원활한 구조조정 및 SK네트웍스의 정상화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등기이사 퇴진에 반대했다.
한편 참여연대 전 경제민주화위원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최고경영자(CEO)와 오너인 리처드 챈들러씨가 최 회장의 경영진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챈들러씨는 최 회장이 퇴임해야 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SK㈜의 우호지분율은 최 회장 및 계열사 15.93%를 포함해 최대 34% 정도이며 소버린(14.99%)은 헤르메스(0.7%) 등 외국계 펀드 지분을 합쳐 우호세력이 20.69%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