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2일 “북한 및 국외와 연관성이 없는 국내 보안범죄에 관한 수사권은 검경(검찰과 경찰)에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고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 청문회에 참석, 국정원 수사권 폐지문제와 관련해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정원을 국내 부문과 해외 부문으로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고 후보자는 “예산낭비 등이 우려돼 적절치 않다”며 “국내 정보수집 업무는 유지하되 정치인ㆍ고위공직자 동향보고 등과 같은 사찰적 정보수집 업무는 폐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개정과 관련,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전제하고 “인권침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규정 중 정부를 참칭하는 단체를 반국가단체로 보는 규정은 헌법의 평화통일 규정, 남북교류협력법의 규정 등과 상치한다”며 “이를 삭제하고 반국가단체가 되는지 여부는 국가를 변란 할 목적이 있는 단체인가 여부로 판단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는 이날 청문회에서 고 후보자의 도덕성과 국정수행능력, 정보기관 개혁방안 및 북핵문제를 비롯한 대북정책 견해를 검증했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지난 92년 김일성으로부터 200만달러 공작금을 받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간첩 김낙중 석방대책위 공동대표를 역임한 사실 등은 정보기관 총수로서 고 후보자의 사상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5공정권의 관제 야당인 민한당 의원을 지냈는데 개혁정권의 국정원장으로 적합하다고 보느냐”고 후보자의 경력을 문제 삼았다.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는 국가정보기관 창설 이후 처음으로 일부 공개로 진행됐다. 증인으로는 국정원 기조실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상지대 서동만 교수, 참고인으로는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홍근수 목사, 국정원 전 간부인 강신호ㆍ심상동씨 등 4명이 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특히 서 교수가 고 후보자와 함께 국정원의 보고를 받은 것과 관련, “민간인 자격으로 어떻게 국가 기밀을 보고 받을 수 있었느냐”고 따졌다. 특히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서 교수가 대통령직 인수위원 시절에 민주당 정대철 대표를 단장으로 한 방일 대표단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행적과 관련, “숙소였던 도쿄(東京) 뉴오따니 호텔에서 만취상태에서 택시운전사와 실랑이를 벌이다 이를 말리던 경찰의 뺨을 때린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서교수는 “택시요금 문제로 운전사와 잠깐 실랑이가 있었을 뿐 경찰 빰을 때린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임동석기자 fre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