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新-舊 권력 갈등 경제불안 부추긴다"

靑-인수위 정부 조직개편안등 싸고 파열음<br>정부 관료들은 구조조정에 정신팔려 일손놔<br>외환위기 당시 'YS-DJ 통합 리더십'과 대조

글로벌 금융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는데도 신ㆍ구 권력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오히려 국내 경제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정권교체 와중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이 통합된 리더십을 발휘, 국가 위기를 극복한 모습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위기대응의 실무를 맡은 정부 관료들은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에 정신이 팔려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 특히 정부 각료들은 총선을 겨냥한 지역구 다지기 등 퇴임 후 준비에 더 바쁜 실정이다. 현 정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경제 살리기’는 뒷전인 채 권력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일차적인 원인 제공자는 청와대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올해 경제운용방향을 보고하자 “우리가 얘기해봤자 말짱 헛방 아니냐”며 사실상 국정 운영을 방기하는 듯한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반면 노 대통령은 인수위 측의 ‘참여정부 색깔 지우기’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사 방침은 대통합민주신당 내에서도 ‘적절하지 못한 자세’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차기 정부도 책임에서 비켜나갈 수는 없다. 이명박 당선인이 23일 “국회에서 (개편안이) 통과가 안되면 오는 4월까지 차관을 데리고 일할 수밖에 없다”며 초강수로 맞대응한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을 4월 총선 이후로 미룬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두세달 동안 장관도 없고, 조직 연속성도 없는 ‘반쪽짜리’ 정부의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인수위 측은 ‘올해 6% 성장’이라는 구호성 비전에만 매달려 있을 뿐 현재진행형인 경제 위기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인수위는 23일에야 겨우 “현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 증시 안정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이동관 대변인)”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내부의 견해 차이도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24일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인수위 일각의 금융대책 마련 움직임에 대해 “인수위가 정권 출범 전에 대비책을 내 놓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하고,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증시투입 대책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는 10년 전 정권교체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임창렬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YS와 DJ는 정권교체의 와중에도 아름답고 훌륭한 통합 리더십을 창출했다”며 “경제주권을 차기 대통령에게 내주는 결단을 내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용기만은 역사가 평가해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외환위기와 지금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는 다르다. 97년에는 기업ㆍ금융 부실 등 내부 문제가 동남아 외환위기와 맞물려 국가 부도 사태를 불렀다면 현재 국내 실물 경제나 외환보유액 등은 양호하다. 하지만 전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 중국발 인플레 우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 여건만 놓고 보면 10년 전보다 훨씬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청와대에 보고서를 들고 가면 YS는 DJ와 상의하라고 했다”며 “대외 여건이 20~3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데 비해 신ㆍ구 권력이나 청와대가 너무 안이하다”고 말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행정적인 책임은 현 정부가, 심리적인 책임은 인수위가 져야 하는 상황인 만큼 양 측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해외에서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을 감안해 적어도 시장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한 기본방향을 양 측이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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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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