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광우병, 학습효과로 큰 혼란 없었죠

■ 서규용 장관 농촌방문 동행 인터뷰<br>1조달러 무역 대국으로 무조건 수입중단 안돼<br>전통주는 유통이 중요… 인터넷 판매 확대 필요<br>젊은층 농촌 관심 커져 취업 귀농 더 많아질 것

서규용(왼쪽)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6일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풍차꽃 농장의 김용길 대표에게 제대 군인의 귀농귀촌 현황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농식품부

지난 26일 아침. 강남구 대치동 자택 앞에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청색 셔츠에 베이지색 점퍼 차림으로 나선 서 장관의 얼굴은 밝았다.

취임 이후 서 장관은 주말마다 농촌을 찾고 있다. 오는 6월2일이면 1주년을 맞는다. 이날은 서 장관이 원주 제대군인 귀농현장을 방문하는 자리였다. 기자는 서 장관과 단독 동행했다.


오전8시59분. 원주행 카니발 승합차가 출발했다.(서 장관은 매주 농촌을 방문할 때마다 승합차를 이용한다)

당장 광우병이 궁금했다.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소식(4월25일)이 알려진 지 한 달이 됐기 때문이다. 한달 새 2008년 이후 4년 만에 촛불집회가 다시 열렸고 일부에서는 정부가 검역중단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서 장관은 거침없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무역 1조달러 대국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135개국 중 검역을 중단하거나 수입을 중단한 나라는 한 곳도 없습니다. 일본도 가만 있습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무조건 수입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솔직히 문제예요."

그는 광우병 미국 현지 조사단이 유람단 아니었느냐는 지적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현지 조사단이 광우병이 발생한 농장을 방문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한국법을 지켜야 하고 미국에서는 미국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미국 측에서)안 된다는 것을 미국 농무성에 직접 전통도 치고 외교통상부에서도 대사관을 통해 얘기해서 비대면으로라도 농장주를 만나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통과시킨 것이에요.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조사결과는 믿어야죠."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우희종 서울대 교수를 조사단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분"이라고 했다.

서 장관은 딸 얘기를 꺼냈다. 그는 "딸아이가 미국에 살고 있는데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먹고 있다"며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에게 미국 쇠고기 먹지 말라고 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2차 광우병 파동이 사회혼란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로 국민의 '학습 효과'를 꼽았다. 그는 "2008년 광우병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이 학습효과가 생긴 것 같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화제를 바꿔봤다. 최근 중국은 김치와 막걸리 등 한국산 발효식품에 대한 검역기준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4월 한중일 3국 농업장관 회의 때 처음으로 거론됐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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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장관은 "막걸리는 6월 말이면 중국 측 기준이 개정되고 김치도 조만간 바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국으로의 김치 수출이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전통주는 유통이 중요하다"며 "유통을 쉽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새 차는 원주에 도착했다. 예상(오전10시30분)보다 1시간4분이나 늦었다. 석가탄신일(28일)까지 낀 연휴여서 고속도로에 차가 많았다.

제대군인이 하는 농장인 원주 '풍차꽃 농장'에 내리자 서 장관은 바로 'MR. 귀농귀촌'으로 변신했다. 2006년 대령으로 전역한 김용길 풍차꽃 농장 대표는 꽃양귀비와 블루베리 등을 재배해 연간 3,000만원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곳에서 제대한 후 귀농해 개구리 사육을 준비하고 있다는 임승규(28)씨를 만난 서 장관은 "앞으로는 귀농귀촌의 '취촌(취업을 위한 귀농)'이 많아질 것"이라며 "귀농귀촌이 20대 등 젊은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차는 두번째 목적지인 안성으로 향했다. 안성 팜랜드에서 청와대 어린이기자단 40여명과 간담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차는 계획(1시30분)보다 49분이나 늦었지만 어린이기자단은 처음 만나는 농식품부 장관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광우병이 문제인데 미국산 쇠고기 검역절차는 어떻게 되느냐" "어머니가 일본이나 미국산 농수산물을 걱정하시는데 원산지를 둔갑시키는 이들이 많다" "소 사료값이 급등해 농가가 어렵다는 데 이에 대한 대책" 등을 묻는 말에 서 장관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서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는 4단계 검역과정을 거쳐 안전하고 원산지를 속이면 벌금이나 영업정지를 시키고 있다"며 "사료값을 낮추기 위해 할당관세 등을 이용하고 군인들에게 쇠고기를 먹게 해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6시간여의 이날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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