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년특집] 해외석학 패트릭 딕슨에 듣는다

의사로 출발, 미래학 연구로 전환한 영국의 패트릭 딕슨 박사는 『인터넷은 아직 초보단계에 불과하고, 앞으로 엄청난 발전 가능성이 있다』며 『유전자 공학의 발달로 인간 복제의 시대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런던을 전화로 연결해 그의 21세기 미래관을 들어보았다.- 2년전 한국의 경희대에서 인간복제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전세계에 전해졌습니다. 21세기엔 인간복제가 실현될까요. 확실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몇가지 들어봅시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복제를 원하고 있습니다. 둘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복제하는데 돈을 쓰려고 한다는 사실입니다. 얼마전 미녀들이 미디어를 통해 난자를 공급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여자들의 사진을 보며 1,000만달러나 되는 돈을 쓰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렸지 않습니까. 가능한 스토리입니다. 세째, 많은 과학자들이 복제를 실험하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나는 동물 복제에 성공한 리처드 씨드 등 이런 부류의 과학자들을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복제 기술이 상대적으로 간단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모든 포유류의 복제가 가능합니다. 성공확률도 매일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학자인 조세 시벨리씨는 1998년11월에 자신을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세포를 암소의 난자에 이식시켰습니다. 이식은 성공했습니다. 그는 실험을 도중에 파괴해버렸지만, 자신의 쌍둥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확신했습니다. 그의 실험은 복제양 돌리가 태어나기 3년전에 실행된 일이었습니다. 인간 복제가 아주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실례입니다. 유전자 공학 발전에 의한 인간복제는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앞으로 10년동안 세계는 두가지의 혁명에 의해 지배될 것으로 봅니다. - 그 두가지의 혁명이 무엇입니까. 첫번째가 인터넷이나 컴퓨터 시스템과 같은 디지털 혁명이고, 다음은 유전자 공학입니다. 디지털 혁명은 우리의 일(WHAT WE DO)을 변화시키지만, 유전자 공학 혁명은 우리의 존재(WHO WE ARE)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입니다. 그런데 컴퓨터 산업은 이미 너무 확산됐고, 많은 것이 실현됐습니다. 빌 게이츠가 10년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예측하고 실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에 관해 알고 있고,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유전자 공학은 아직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무슨일이 일어날지, 인간 복제가 가능한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대한 논란은 상황이 전개되기 전에 제기되지만, 유전자 공학에서의 논란은 상황이 진행된 후에 나온다는 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복제양 돌리는 생후 7개월 후에야 알려졌습니다. 실험은 탄생하기 2년전에 실시됐지요. 1999년에는 세계적으로 복제에 관한 발표가 전혀 없었는데 아마도 과학자이 무언가 하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의문이 듭니다. 지금 성공한 것도 2003년에야 발표되겠지요. 현재의 기술로 보면 새로운 밀레니엄 도래와 동시에 인간 복제가 성공할 것으로 믿습니다. - 인간 복제가 가능하면 인류 문화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겠습니까. 당분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 복제가 대단히 비용이 많이 들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20~30년후에 많은 복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지만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복제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전 공학에 의한 프랑켄슈타인 음식에 대한 반발이 거센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복제는 인류에 변화를 줄 것이지만 단기적으로 다른 기술처럼 쉽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 인터넷 기술은 21세기에도 산업에 큰 혁명을 가져올른지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인 대답을 내놓기 어렵군요.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디지털 사회의 시작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2050년에 역사가가 2010~2020년을 돌이켜 볼때 그땐 디지털이 아주 미미한 단계였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기계산업을 돌이켜봅시다. 엔진은 19세기에 발명되었고, 자동차는 20세기초인 1910년에 처음으로 굴러다녔지요. 자동차가 압도적으로 굴러다니기 한참 전의 일입니다. 비행기도 마찬가지였고, 디지털 산업도 똑같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은 미래에 나타날 일을 보여주는 징후에 불과합니다. 새로운 세계에는 사람들이 생각을 빛의 속도로 교환하고, 보이지 않는 곳의 사람들을 눈과 귀로 보고 듣는 것처럼 연결할 것입니다. 감정을 이해하는 기계가 나타나고, 컴퓨터칩이 인간의 두뇌에 연결되며,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미래에 나타나게 됩니다. 인터넷으로 돌아가봅시다. 인터넷은 무선 통신과 연결될 것이며, 새로이 개발되는 모든 전자기술과 대화하게 될 것입니다. - 새로운 시대에는 국가 단위의 증권시장이 사라지고, 전세계에 하나의 단일 증시가 생긴다고 주장했는데요. 뉴욕증권거래소나 런던증권거래소와 같은 재래식 거래소는 17세기의 모델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더들이 한곳에서 만나서 증권을 교환했지요. 그런데 컴퓨터 서버가 증권거래소에 연결되면서 트레이더들이 굳이 만날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지리적 한계를 가진 구식 거래소는 (직접 만나서 하는) 거래도 하지 않은채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컴퓨터 서버가 전 유럽에 가동될 때 같은 통화 권역에서 여러개의 증권거래소가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더이상 기술적 관점에서도 국가 단위의 거래소가 필요없고, 시장 자체도 이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상장 기업도, 트레이더들도 더이상 지역적 거래소를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물량중 25%가 온라인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조만간 온라인 거래는 24시간 365일 전개될 것입니다. 미국 기업이 굳이 뉴욕에서만 거래될 필요가 없습니다. 런던이나 파리·밀라노·마드리드에서도 거래될 것입니다. 세번째 밀레니엄에는 국가 단위의 거래소는 더이상 필요가 없어지고, 24시간 운영되는 글로벌 거래소가 이를 대체할 것입니다. - 지난해말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총회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21세기엔 글로벌리즘이 확산될텐데, 그 저항도 커지겠지요? 글로벌리제이션이 지속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모든 시장이 자유롭게 개방될 것입니다. 상품 시장도 그렇고, 자본 시장도 그럴 것입니다. 여기에는 몇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첫째 글로벌리제이션의 규모가 가속화될 것입니다. 둘째, 글로벌리제이션은 아시아 위기와 같은 불안정성을 확산시킬 것입니다. 글로벌리제이션이 성공할수록 실패 요인도 커지는 것이지요. 문제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그들은 변화를 수용할 능력이 없습니다. 예컨데 공장이 파산할 경우 근로자들은 한푼도 못받고 실업자가 됩니다. 영국은 그나마 사회보장제도가 어느정도 확보되어 있어 임금을 보호받고 있습니다. 당분간 글로벌리즘에 대한 급진적인 저항이 거셀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강대국과 대기업에 대해 직접적이고 강력한 분노가 표출될 것입니다. 시애틀 사건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 2000년 안식축제로 저개발국 부채탕감을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많은 극빈국들의 가장 큰 문제는 갚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대규모 부채입니다. 과거 부패한 독재정권이 외채를 마구 빌려 쓴 결과인데, 이게 큰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기술이 진보해도 극빈국에는 주택이나 교육 사정이 악화되고 있어요. 선진국 입장에서는 이 부채가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고, 충격도 약합니다. 북쪽의 부유한 나라들에서 부채탕감 운동이 있는데 이 방법이야말로 극빈국의 가난과 역경을 해결해주는 유일한 길입니다. - 20세기엔 앵글로색슨족의 문화가 확산됐는데요, 21세기는 어떻게 될까요. 모르겠습니다.(웃음) 확실한 것은 지난 세기에 영어가 확산돼 국제어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영어로 된 영화·방송·잡지가 상업적으로 성공을 했습니다. 미국의 CNN 방송과 영국의 BBC 방송이 우위를 차지했고, 헐리웃이 그랬습니다. 인터넷 언어는 영어이고, 인터넷 사용자의 70%가 미국입니다. 앞으로 20년동안 미국식 영어 문화가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글로벌리제이션이 확대되면서 문화는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사용하자는 민족주의 경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아시아 위기 이전에는 21세기에 아시아 경제가 세계를 주도한다는 미래학자들의 전망도 있었습니다만. 문화적 주도권의 관점에서 볼때 아직은 아시아의 세기가 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어 있고, 미국의 미디어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미국의 가치관이 세계 문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2020~2030년까지는 아시아의 세기가 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시아는 저력이 있습니다. 첫째 기술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했습니다. 둘째 교육 투자율이 높고, 세째 개척 정신이 강합니다. 또 인구가 많고,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급속한 글로벌리제이션과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아시아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서 경이적인 변화를 이룰 것으로 봅니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높은 성장을 달성할 것이며, 부정적인 관점에서는 또다른 경제 파국이 있을수 있다는 점이지요. 아시아는 30~40년 후에야 긍정적 요소가 부정적 요소를 누르고 강력한 경제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봅니다. 대담자: 김인영뉴욕특파원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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