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인터넷 프라이버시, 미국선?

미국에 거주하는 필자는 한국을 방문할 때면 종종 공항에서 휴대폰을 빌려서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휴대폰을 빌리자마자 끊임없이 날아드는 광고용 스팸 문자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때로는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의 낯뜨거운 문자가 날아와 기분을 상하게 한다. 한국에 잠깐 머무는 필자에게 이 정도의 광고용 스팸 문자가 올 정도라면 한국에서 매일 휴대폰을 사용하는 이용자에게는 더 많은 광고용 스팸 문자가 전달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휴대폰 사용자는 어떨 때는 하루에 몇 번이고 날아들어오는 광고용 스팸 문자 때문에 짜증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무차별적인 광고용 스팸 문자나 텔레마케터를 이용한 상품 판매 전화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지난 2008년 '전화금지향성법(Do-Not-Call Improvement Act)'을 제정해 전화 가입자에게 광고회사나 텔레마케팅 회사가 무차별적으로 광고용 스팸 문자나 전화를 걸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전화 이용자가 상품 판매 전화나 스팸 문자를 원하지 않을 경우 정부에서 개설한 전화금지등록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와 집 전화번호를 등록하면 광고회사나 텔레마케팅 회사는 더 이상 상품 판매 전화나 광고용 스팸 문자를 보낼 수 없게 된다. 만약 등록 후에도 스팸 문자를 보내거나 상품 광고 전화를 걸면 '연방통상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로부터 처벌을 받게 된다. 미국에서는 최근 한걸음 더 나아가 광고회사가 상품 판매를 위해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 정보를 추적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터넷이 현대인의 상품구매와 정보검색의 주요도구가 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와 광고회사는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상에서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는지, 어떤 상품을 구입했는지, 그리고 어떤 정보를 검색했는지를 추적해 이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상품에 대한 광고를 스팸 메일로 보내는 광고전략을 쓰고 있다. 즉 광고와 마케팅 회사가 상품판매를 위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인터넷 사용 내역을 모두 들여다 보는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의 동의 없이 그 내역을 추적하는 행태는 인터넷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또 일부 마케팅 회사는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 내역을 추적한 정보를 온라인 광고시장에 판매하고 있어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프라이버시 침해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최근 미 연방통상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 인터넷상에서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전화금지향상법'과 유사한 '인터넷추적금지법안(Do-Not-Track)'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추적금지법안은 광고회사나 온라인 마케팅 회사가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내역을 추적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인터넷상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고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09년 펜실베이니아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2가 인터넷 사용내역 추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에 소비자감시단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인터넷추적금지법안을 응답자의 80%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보급률에서 미국을 앞서는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인터넷상에서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훨씬 더 많이 노출돼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휴대전화 스팸 문자도 법으로 규제하지 않는 상황이다.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진화로 인터넷 사용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휴대전화 스팸 문자 규제와 인터넷상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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