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주식·채권 매수 부담 "달러밖에 살게 없다"

■ 기세오른 '슈퍼달러'<br>예상넘어 가파른 상승… 신흥국 경제엔 치명타<br>외환위기 촉발 우려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지난 2008년 4월22일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의 몸값이 달러화의 거의 1.6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로 경제가 강해서라기보다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했던 탓이다. 심지어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 능력 자체가 의심 받는 상황이었다. 6년여가 지난 지금 슈퍼달러가 부활하고 있다. 달러화의 독주에 유로화·엔화 가치는 속락 중이며 최근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반짝했던 파운드화 값어치마저 주춤할 정도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 경제의 체질개선이라는 내부적 요인과 세계 경제 디커플링(비동조화)이라는 외부적 변수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부적 요인이란 미국의 경기회복과 쌍둥이 적자(재정ㆍ무역수지 동반적자) 호전이다. 이 중 하반기 들어 뚜렷해진 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강달러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달러 약세가 한창이던 2009년 하반기 10%에 근접했던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8월에는 6.1%를 기록하며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가 기지개를 켜면서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달러를 마구 찍어내던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등 신흥국에 산재했던 투자자금이 뉴욕 금융시장으로 몰려들게 했고 결국 달러화 가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쌍둥이 적자 개선 역시 미국 경제와 달러화 위상에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2011회계연도 당시 무려 1조3,000억달러에 이르렀던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6,802억달러로 급감했고 올해에는 5,060억달러로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폭 역시 4월 472억달러를 기록한 후 7월(405억달러)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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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을 제외한 유럽·중국·일본 등 주요 경제권의 상황은 지리멸렬하다. 유로존에서는 9월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표 등이 모두 동반 하락세를 보였고 일본은 아베 정권이 엔화 약세와 양적완화 등을 앞세우며 수출 독려에 나섰음에도 무역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중국 역시 최근 각종 경기지표의 부진을 겪으면서 당초 목표로 삼았던 7.5%의 경제성장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특히 유로존에서는 최근의 경기부진을 탈피하고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들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로존 회원국 간 결속력이 지속적으로 시험대에 서면서 통화동맹의 산물인 유로화 가치도 더불어 지속적으로 회의론을 사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자국 이기주의를 선동하는 극우파 정당이 전체 751석 중 무려 130석을 차지하며 분란의 씨앗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곧 열릴 집권 보수당 컨퍼런스에서 유럽연합(EU)이 영국의 이민정책 등에 대한 자율권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탈퇴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28일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가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달러화 강세, 기타 주요 통화 약세는 구조적 요인과 단기적 요인이 복합된 결과물이어서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유로화의 가치가 앞으로 달러화 대비 1대1 수준으로 떨어지고 엔화도 달러화 대비 130엔대까지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엔·달러 환율에 대한 오버슈팅 등 투자자들의 심리적 변수까지 겹치게 되면 달러 중심의 외환시장은 예상보다도 더 큰 폭발력을 보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 같은 기축통화 등의 역학 재편은 그 틈바구니에 낀 신흥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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