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6일] 영종 브로드웨이 건립의 실상

“사실무근입니다. 토지사용 여부에 대해 확정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인천 영종도에 들어선다는 대규모 복합문화단지인 영종 브로드웨이와 관련해 토지를 사들여 사업권을 갖고 있는 한국토지공사의 담당자가 한 답변이다. 오는 2012년에 영종도에 복합공연장 10여개와 공연예술 교육기관을 건립한다는 취지의 ‘영종 브로드웨이’ 사업을 언론에 발표한 공연제작사 설앤컴퍼니의 설명과는 전혀 다른 소리다. 과연 진실은 뭘까. 감독기관인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사업부의 설명은 이랬다. 설앤컴퍼니가 아랍계 자본과 손을 잡고 인천시 영종ㆍ송도ㆍ청라 경제자유구역(IFEZ) 사업 중 일환인 영종하늘도시에 복합문화단지 건립을 제안했다. 인천시ㆍ한국토지공사ㆍ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에는 이런 내용이 전달됐다. 하지만 담당 기관마다 실리를 따져 전혀 다른 입장을 내세우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다. 인천시 투자유치본부의 팀장급 담당자는 “토지공사로부터 가격 협상이 잘 되면 영종 브로드웨이 사업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반면 한국토지공사는 대외적으로 이 사업과 관련해 강하게 부정한다. 토지 판매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사업을 추진한다는 공익성을 내세우면 인천시에 가격을 덤핑해서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업은 과연 추진될까. 지식경제부는 한 가지를 지적했다. 12조원을 투자한다는 투자자 엥글우드 홀딩스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 설앤컴퍼니는 엥글우드 홀딩스가 두바이 최대 국영투자회사인 에마르 그룹의 3대 금융계열사 재원을 운용하는 투자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엥글우드 홀딩스는 영종 브로드웨이 사업을 위해 설립된 회사여서 실적ㆍ신뢰도 등 관련 정보가 전무한 상황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영종도에 브로드웨이를 옮겨 놓겠다는 기획은 관련 주무부처에 전달됐지만 정해진 바는 하나도 없다. 엥글우드 홀딩스의 실체가 파악되지 않으면 영종 브로드웨이는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 수준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만들려는 공연제작사의 그 포부 만큼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기정 사실인 것처럼 발표한 데 따른 책임도 생각했어야 하지 않을까. 설익은 발표로 인해 피해자라도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려는지 걱정스럽다.

관련기사



강동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