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윤용로 행장 "中企에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20일 이임식 후 을지로 본점 1층 로비에 도열한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행장으로서의 마지막 퇴근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업은행

“남은 이임사는 서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그의 목이 메었다.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자 특유의 유머로 분위기를 바꿨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던 행원들이 일제히 환하게 웃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20일 을지로 본점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기업은행을 떠났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기업은행의 벗이자 우산”인 중소기업인들과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고마운”임직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올해 금융권 지배구조에 잡음이 많았기 때문인지 그의 퇴장은 유독 돋보였다. 윤 행장은 지난 2007년 말 강권석 전 행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기업은행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후 ‘작지만 강한 은행’을 강조하며 효율성 강화에 집중했다. 취임 당시 총자산 124조3,000억원으로 5위권에 머물러 있던 기업은행은 올해 9월말 기준 171조3,000억원으로 성장, 하나은행을 제치고 은행권 ‘빅4’로 도약했다. 당기순이익은 3ㆍ4분기까지 1조482억원으로 끌어올려 은행권 2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여신을 축소할 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중기 도우미’역할을 맡았다. 이 결과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의 66.5%를 기업은행이 차지했다. 개인고객 확대에도 역량을 집중했다. 임직원들의 마인드 개선에서부터 신상품 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떼가 묻지 않은 곳이 없다. 취임 전 734만명이었던 개인고객은 현재 946만명으로 늘었다. 개인고객의 질도 높아 창구조달 예금이 과거 53조원에서 80조원으로 52%나 증가했다. 윤 행장은 이날 “어느 순간 모든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힘을 모으면서 ‘은행의 기적’을 일궈냈다”며 공을 임직원들에게 돌렸다. 윤 행장은 일단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제 좀 쉬어야죠”라고 말했지만 그 바램이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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