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의 작은 힘이 세상을 바꾼다

■ 마이크로트렌드(Microtrends) / 마크 펜ㆍ키니 잴리슨 지음, 해냄 펴냄<br>대량생산-소비로 성장하는 '포드 경제'서<br>맞춤형·차별화 위주 '스타벅스 경제'로 변화<br>싱글족·쿠거족등 새 사회문화현상 주목해야


20세기가 메가트렌드(Megatrends)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마이크로트렌드(Microtrends)가 지배하는 사회다. 20세기에 탈공업화, 글로벌 경제 분권화 등 거대 변화의 바람이 전 지구적으로 거셌다면, 21세기는 한층 새롭고 다양하지만 전보다 규모는 훨씬 작은 변화의 조류가 전세계 동시다발적으로 일고 있다. 건강식품이 인기를 끌지만 한편에선 패스트푸드가 날로 성장하고, 재택근무자가 늘고 있는 반면 장거리 출퇴근자가 급증하는 모순된 상황. 노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는 와중에 일하려는 노인은 더 늘고 있고, 자녀양육을 무엇보다 독려하는 사회가 가장 높은 인구 감소율을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며 우리를 혼란에 빠지게 하지만 이런 현상은 지극히 당연하고 거스를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저자 마크 펜의 생각이다. 독특한 기호를 가진 소수 집단들이 수시로 모였다 흩어지며 만들어 내는 '털끝' 만한 변화가 세상을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인 것. 대다수가 지배적인 유행을 추종하는 메가트렌드는 한물가고 수백, 수천 가지의 개성 넘치는 트렌드가 지각변동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포드 경제에서 스타벅스 경제로 = 지난 세기 '포드(Ford) 경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스타벅스 경제'로 대표되는 오늘날에는 소비자의 선택과 틈새 시장이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밀크, 설탕 등 자신의 기호에 따라서 '자유롭게' 주문할 수 있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신경제 트렌드를 대표한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가 내놓은 아이팟은 단순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계 차원을 넘어 원하는 노래를 가장 쉽게 선택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히트할 수 있었다고 규정하다. 그는 "포드 경제에서 하나로 통일된 제품을 생산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반 대중을 위한다면 스타벅스 경제에서는 수천의 맞춤형 개별화 제품을 만드는 소수의 사람들이 일반 대중을 위해 일한다"고 말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미지의 신대륙이 열린 셈이다. 아무리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최소 10만명의 동조자, 즉 단 1%의 추종자를 만들어내면 전체 인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60억 세계 인구가 인터넷과 통신 장비로 연결됐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변하는 가치관… 새로운 가족ㆍ인간상 = 이제 반드시 결혼해서 가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수가 아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성비(性比) 불균형에서 발생한 '싱글족'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초현상'은 날로 심각해져 전체 여성인구의 3%가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결혼하지 않고 애완동물과 함께 쓸쓸히 늙어가는 독신녀들이 늘어나고 있고 한편에선 자발적 '비혼모'로 알려진 여성들이 배우자 없이 아이를 낳거나 입양하는 경우가 늘고 있을 정도다. 아울러 자신보다 10~20세 어린 남성들과 연애하는 이른바 '쿠거(Cougar)'족의 등장도 주목할 현상으로 꼽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나이 든 여성이 젊은 남자를 선택하는 이런 트렌드는 과거 나이든 남성이 젊은 아내를 맞이하는 '트로피 와이프'와 같은 맥락. 변화하는 인간관계의 유형이 어디 이뿐인가. 인터넷을 통해 만나고 데이트하고 결혼하는 '인터넷 결혼족',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지만 갑자기 커밍아웃을 하는 '늦깎이 게이족'을 비롯 '주말부부족''사내 연애족'등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관계도 변하고 있다. 저자는 마케팅 전문가, 정책 결정권자들이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크는 "이면을 더 깊이 파헤치면 우리는 세상이 잘 알려지지 않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발전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서 "바로 이러한 작은 힘들이 내일의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최측근 참모이자 세계 최대 홍보사 중 하나인 버슨 마스텔라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미국ㆍ영국 등 25개국 정상들에게 정치적 조언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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