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사퇴냐 해임이냐.’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사퇴가 임박하면서 관심은 사퇴 수순과 모양새로 모아지고 있다. 여권은 김 부총리의 논문 표절과 중복게재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김병준 카드’를 더 이상이 안고 가기는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따라서 1일 국회 교육위 청문회는 김 부총리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본인 스스로 해명하는 기회를 주는 자리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사퇴로 가닥이 잡힌 김 부총리에 대한 마지막 배려인 셈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여권 수뇌부는 지난 7월30일부터 해법 마련을 위한 물밑 조율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이 사퇴 불가피론을 한명숙 총리에게 전달했고 한 총리는 이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여권의 결론은 ‘선 사실규명-후 거취결단’. 사실상 김 부총리를 주저앉히는 선택이었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과 면담을 통해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든 한 총리는 이날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오전7시30분에 출근, 간부들과 김 부총리 해법을 논의한 데 이어 김 부총리와 전화통화를 하며 진퇴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석환 총리 공보수석은 “한 총리의 전날 발언은 유효하다”면서 “국회 교육위 회의를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저녁 한 총리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ㆍ정ㆍ청 수뇌부 4명이 긴급 회동, 김 부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김 부총리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수순과 방법에는 적지않은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김 부총리가 자진 사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정작 김 부총리는 자진 사퇴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청문회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제기된 의혹만으로 스스로 주저앉는 데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문회 결과를 봐가며 입장표명을 하겠다고 밝힌 한 총리도 이날 청문회 내용만으로는 당장 입장표명을 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짜맞춘 시나리오에 따라 기다렸다는 듯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는 데 따른 부담 때문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설 만한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이에 따라 청문회 결과에 의론 추이를 좀더 지켜보고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오늘 내일 결론이 날 것 같지 않다”며 조심스레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김 부총리 거취문제가 장기화하거나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간 끌기 또는 유임은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여권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뇌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거취문제가 어떤 형태로 결론이 나든 인선 초기부터 여권으로부터 기용 부적절 의견을 전달받고도 임명을 강행한 청와대로서는 국정 리더십에 크나큰 상처를 받는 등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