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파견근로 규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치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가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정규직과 뒤섞여 2년 넘게 근무한 사내하도급 업체 직원 865명이 '현대차 근로자'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69명에 대해서는 현대차에 고용의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허울만 하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직원이지 사실상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1심이고 현대차가 항고할 가능성이 커 변수가 있긴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파장이 만만찮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사내하도급 업체 근로자라도 현대차의 지휘·명령에 따라 일했다면 의장·엔진·변속기·생산관리·출고 등 생산공정의 차이와 관계없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2년 이상 근무했으면 현대차의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3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사내하도급 관련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 중인 근로자가 기아차를 포함해 조선·철강 등 20개 사업장의 3,000여명(4월 기준)에 이른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클 수밖에 없다. 현대차에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한 정규직보다 적게 받은 임금을 지급하라며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한 점도 그렇다.

관련기사



노동계는 크게 반기고 있다. 하지만 파견근로를 폭넓게 허용하는 선진국과 달리 불법파견 근로를 조장하는 국내 법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보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경영자총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영국·독일(건설은 금지)·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파견근로자 사용업무·사유·기간을 제한하지 않고 일본은 건설·안전·의료·항만운송 관련 업무에 한해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상당수 독일 대기업이 근로자 파견업체를 운영하고 BMW 라이프치히 공장 근로자의 30%가 하도급 근로자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데다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 대한 근로자 파견은 불법이다. 30여개 업무에만 파견근로가 허용되고 사용사유·기간제한도 엄격하다. 파견근로자를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지나치게 좁혀놓고 나머지 업무에 정규직만 쓰라고 하면 글로벌 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하라는 것인가. 글로벌 경쟁업체는 탄력고용을 무기로 앞서가는데 국내 업체들만 낡은 규제로 발목을 잡아선 곤란하다. 해외투자로 내몰 뿐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구조적 불황과 글로벌 경쟁에 대응할 수 있게 파견근로 허용업무를 확대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