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흥진의 할리우드 21]'혹성탈출'등 괴수 주연 영화 극장가 장악

올 여름 극장가는 잘난 인간들이 괴수와 짐승들에게 잡아먹히고 핍박받는 작품들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개봉(18일) 5일간 8,090만달러를 벌어들인 '쥬라기 공원 3'(한국 개봉 이틀간 40만명동원)이 공룡을 내세워 인간들의 수난을 다뤄 수익을 올리더니 이번에는 원숭이가 괴성과 함께 길길이 날뛰며 자기와 비슷한 종인 인간을 마구 학대하는 작품이 나온다. 찰톤 헤스톤이 주연한 1968년작 동명영화를 시각적 감각이 독특한 팀 버튼이 재해석한 '혹성탈출'이 그것으로 27일 전국 개봉됐다. 이 작품은 원숭이가 인간과 지구를 지배하는 공상과학 액션모험영화. 원숭이들의 지능적이고 폭력성이 인간들과 비슷하게 묘사돼서 그런지 늘 빅히트 해 속편을 무려 4편이나 냈고 TV 시리즈까지 만들어졌었다. 이번 영화는 '배트맨'과 '가위손 에드워드'및 '슬리피 할로우'등을 만든 어둡고 기이한 예술감각의 소유자 팀 버튼에게 안성맞춤인 내용과 형태를 지녔다. 일종의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이자 풍자영화로 신화와 동화 그리고 성경의 의미마저 지녔다. 가까운 미래. 거대한 우주실험 모선에서 침팬지를 태우고 발사된 소형 실험선이 실종되면서 원숭이를 교육시키며 사랑해 온 리오(마크 왈버그)대위가 원숭이를 찾아 나선다. 리오가 탄 우주선이 전자파와 충돌, 한 혹성에 불시착하는데 이 혹성의 주인은 온갖 종류의 원숭이들. 문명이 발달된 원숭이 세상에서 인간들은 노예나 애완동물로 팔리는 신세. 원숭이들은 인간을 냄새나고 더럽고 무지한 하급동물로 취급하며 핍박이 심하다. 로마시대를 연상시키는 정치제도와 의상을 갖춘 이 원숭이 세상에서 권력에 눈먼 친구가 사악하고 포악한 타드 장군(팀 로스). 타드는 자기들의 별에서 인간을 몰살시키려드는 잔인한 장군으로 인간에게 동정적인 상원의원 샌다르(데이빗 워너)의 아름답고 독립심 강하며 또 정열적인 딸 아리(헬레나 본행 카터)를 사랑한다. 한편 리오는 원숭이들에게 붙잡힌 사람들을 탈출시킨 뒤, 자기를 사랑하는 아리와 함께 숨어사는 인간들을 규합해 원숭이들의 독재와 압박에 항거를 시도하면서 타드와 그의 심복 아타(마이클 클라크 던칸)장군이 이끄는 대규모의 원숭이군대와 일대 결전을 벌인다. 발로 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며 또 잠자리 무드를 즐기는 원숭이들은 어떻게 보면 인간의 또 다른 모습. 탐욕스럽고 간사하고(인간노예 장사꾼 원숭이 림보) 권력에 집착하며 또 잔인해 모양만 원숭이지 인간과 다를 게 없다. 영화는 원작에 대해 코믹한 경배를 드리고 있다. 원작에서 원숭이에게 체포돼 죽을 고생을 한 찰턴 해스턴이 늙은 원숭이로 나와 아들인 타드에게 인간 조심하라고 유언하는 장면이 배꼽빠지게시리 우습다. 또 아타가 리오에게 "야, 그 냄새나는 손치워, 이 X놈의 더러운 인간아"라고 소리치는 대사는 옛날에 헤스턴이 원숭이에게 했던 말이다. 그리고 원숭이 혹성에 추락한 우주모선의 모양이 자유의 여신상 머리를 연상케 하는 것도 역시 원작에 대한 헌시다. 원숭이 분장이 뛰어나게 훌륭하고 세트 디자인과 음악과 촬영도 좋다. 라스트신은 상상을 초월하는 트위스트다. 앞으로 동물원에 갈 때 원숭이를 놀리지 마시라. 나중에 당할지 모르니까.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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