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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머리가 아픈 최고경영자(CEO)는 누구일까. 기업에 다니고 있는 웬만한 사람은 단숨에 두 사람을 꼽을 것이다. 바로 황창규 KT 회장과 임영록 KB금융 회장이다. 한 사람은 삼성 출신의 '스타 CEO'이고 다른 한 사람은 관료의 옷을 벗고 민간 CEO로 화려하게 자리한 사람이다. 이처럼 밝은 톤의 이력을 자랑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취임하자마자 너무나 힘든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금융사고와 대출사건 등 끔찍한 경험들을 이어가고 있고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일도 다반사다.
동병상련일까. 고객정보 유출 등 잇따른 악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공룡' KT와 KB금융의 수장이 조직의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실과 관행에 안주하는 문화와 방관자적 업무태도 등이 비리와 사고가 기생하는 토양이 됐다고 보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한 혁신을 주문한 것이다.
황 회장은 10일 임직원에게 e메일을 통해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금 상황에서 하나만 더 잘못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2년 전 고객정보 유출 후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직원들이 일하는 태도와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황 회장은 특히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기획만 하고 실행은 나 몰라라 하고 관행이라며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황 회장은 e메일에서 문제를 알면서도 내버려두는 관행적 태도와 보여주기식 업무 추진, 부서 이기주의에 따른 고객중심 사고 부족을 타파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들었다.
임 회장도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기본으로 돌아가서 주인의식을 갖고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각종 악재가 봇물 터지듯 한 데는 임직원들이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일 처리를 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빌미가 됐다고 임 화장은 말했다. 임직원에 대한 쓴소리임과 동시에 자기반성이 섞여 있다.
임 회장은 "지금은 엄중한 위기 국면"이라고 진단한 뒤 "모든 일을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다 보니 잘못된 관행 등 조직에 누적된 문제가 불거졌다"며 '백투더 베이직(기본으로 돌아가자)'을 기본 뼈대로 조직쇄신 방안을 광범위하게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례도 마찬가지"라며 "주인정신을 갖고 원칙대로 꼼꼼히 일을 처리했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부터 활동에 들어간 KB금융의 조직문화쇄신위원회가 조만간 내부통제와 인사, 홍보, 고객정보 보안, 기업문화 등 부문별 조직혁신을 위한 개선안을 내놓는다. 임 회장은 이 보고서를 기초로 조직혁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임 회장은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통해 KB금융이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