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社 대대적 비용감축불구 한.미등에 뒤져'제조업 일등국'일본의 첨단업체들이 수익성 회복을 위해 비용 감축에 주력해왔으나 자금 부족으로 신규투자가 어려워 한국과 미국의 경쟁사들에 밀리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3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은 수익 개선을 위해 그동안 대대적인 인원 및 설비 감축에 주력해온 반도체를 비롯 일본 유수의 첨단 업체들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나 해외 경쟁사들에 처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NEC, 후지쓰, 도시바 등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들의 경우 일제히 실적 악화를 경고하고 있는 상태. 자금 사정이 어려운 이들에게 신규 투자는 '그림의 떡'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NEC는 최근 2001회계연도(2001년4월~2002년3월)에 창사후 처음으로 3,000억엔이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후지쓰, 도시바 역시 지난해 4ㆍ4분기에 약 600억엔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 1ㆍ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인원 감축 및 공장 해외 매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시행중이거나 진행중에 있다. NEC, 후지쓰, 히타치는 인원삭감을 계획하고 있으며 NEC의 경우 임원들의 보너스까지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지난해 12월 미국내 반도체 라인을 현지 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매각하기로 했으며 범용 D램 생산을 중단했다. NEC도 해외 D램 생산을 포기한데 이어 일본내 라인 두개도 캐나다 회사인 셀레스티카에 매각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의 자구노력에도 불구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4일 도시바와 NEC의 선순위무담보채권의 등급을 'Baa2'와 'B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전세계적인 IT(정보기술) 경기 침체와 D램 사업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이들 업체의 신용등급을 하향한다고 밝혔다.
도카이 도쿄 연구소의 히로세 오사무 수석연구원은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이미 일본 메이커들을 따돌리고 있다."면서 "업계 1~2위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각박한 환경에서 일본이 상황을 뒤집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NEC 등 반도체와 PC 업체들의 재무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음도 상기시켰다.
전문가들은 일본 업체들이 ▲ 지난 80년대 무리하게 설비를 확장한 것이 자충수가 됐으며 ▲ 신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현시점에서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자본이 부족하고 ▲ 이에 따라 새로운 설비를 확보할 수 없게 돼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 긴축경영을 위해 설비를 외국 경쟁사에 매각하는 것도 결국 외국 업체들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