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A타임스 칼럼] 전쟁마무리되면 원유관련 세계질서 재편

제임스 플래니건 LA타임스 칼럼니스트이번 미국-아프가니스탄간 전쟁이 원유의 장기적 공급과 중동 산유국의 정치적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많은 전문가들은 전쟁이 종료되고 아프간이 평화를 되찾을 경우 새로운 세계 질서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우선 산유국들의 힘은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수입선 다변화에 따른 원유 소비국의 영향력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 여러 국가가 유전 개발에 착수하면서 대형 석유회사들은 좀더 많은 영향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게 관측되고 있다. 현 전쟁이 산유국이 아닌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고, 세계경제 둔화에 따른 수요감소가 발생하면서 유가는 9월 11일 테러 이후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적인 테러사태가 중동 원유 생산국의 격렬한 반미 시위를 촉발, 지역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자국이 사용하는 원유 중 50% 이상을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또 28%는 걸프만 지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이후 발생한 새로운 환경으로 인해 앞으로 수년간 중동지역이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적다. 새롭게 전개되는 질서가 어떤 모습일지를 전망하는 것은 분명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 세번째 석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역할 증대에 주목해야 한다. 러시아의 역할 증대는 일본ㆍ중국ㆍ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가 시베리아에서 개발중인 원유 수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동이 불안해질 경우 유럽에 원유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중동 지역의 영향력 축소를 가속화할 수 있다. 또 구 소련에 속해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천연가스와 원유를 개발, 중국과 인도에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중 카자흐스탄은 300억배럴 이상의 매장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상당량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의 유전 개발도 전쟁 이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 국가들도 산유량을 더욱 늘릴 수 밖에 없어 결국 공급량 조절능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250억달러 규모의 원전 개발에 나섰다. 지난 70년대 부국이던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후 인구는 늘어난 반면 경제는 성장세를 멈추면서 젊은 층의 실업이 급격히 증가했다. 정치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들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유전 개발로 사우디의 산유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6,250만명의 인구 중 상당수가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 층인 이란도 과거와 달리 세계경제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라크도 원유공급라인의 다양화로 인해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다.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 역시 이 같은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개발된 에너지 효율성 증대를 위한 기술을 사용할 경우 하루 300~400만 배럴의 원유소비를 줄일 수 있다. 한편 세계 각지에서 본격적인 원유개발이 이뤄지면서 대형 석유사들의 역할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BP는 시베리아 지역의 3곳에서 원유개발에 나선 상태다. 또 사우디 유전 개발에는 세계 주요 8개 석유업체가 참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은 각국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유생산 그 자체가 이 지역의 번영을 보장하지도 못할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 올 경우 세계경제가 좀더 생산적인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장순욱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