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입는 컴퓨터 “꿈이 아니야“

"4~5년내 상용화시대 온다" 적의 완력에 꼼짝못하고 붙잡혀버린 주인공. 가까스로 손목시계에 손을 대고 `100만불짜리 어깨 모드` 버튼을 누른다. 순간 전자동 방어시스템이 작동하며 덩치 큰 적을 공중으로 날려버린다. 턱시도의 나비 넥타이를 한번 매만졌더니 이번엔 천연덕스럽게 오리지널 가수의 목소리가 나온다. 까마득한 건물 옥상에 있는 적도 손목시계의 `저격수 모드`로 눈앞에 있는 듯 끌어당긴다. 최근 개봉한 청룽(成龍ㆍ재키 챈) 주연의 액션영화 `턱시도`의 장면들이다. 이른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는 영화적 상상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아직 영화처럼 세련되고 자연스럽지는 않아도 이미 현실 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판되고 있는 웨어러블 컴퓨터는 미국의 벤처기업인 자이버넛이 개발하고 JMS코리아가 수입한 `모바일 어시스턴트 파이브(MA V)`다. 미니노트북 같은 모양의 MA V는 가로 15cm, 세로 9cm, 두께 5cm 크기에 무게는 455g으로 보통 노트북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두 손을 자유롭게 써야 하는 작업자들이 셔츠에 장착하거나 허리에 차고 사용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됐다. 입는 컴퓨터로서 MA V의 진가는 입력장치와 디스플레이(화면)에 있다. 손목에 둘러차고 쓸 수 있게 한 60키 키보드와 터치패드, 그리고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마이크 음성입력이 모두 가능하다. 본체에 붙어있는 6.4인치나 8.4인치 크기의 화면을 보며 작업할 수도 있고 머리에 쓰는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를 통해 한눈으론 화면을 보며 다른 눈으로 작업현장을 동시에 볼 수도 있다. 건설ㆍ제조ㆍ정비ㆍ의료 등의 현장에서 기본 카메라로 포착한 영상 및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즐길 수 있는 등 활용 범위도 넓다. 500MHz 셀러론 프로세서를 채택해 컴퓨팅 성능도 평범한 노트북 수준은 된다. 유무선 통신능력은 기본. 이동성을 더욱 강조한 또 다른 입는 컴퓨터 `포마(Poma)`는 만화 `드래곤볼`에서 전투력을 측정하는 `스카우터`를 떠올리게 한다. 가로세로 각 1인치 크기의 화면이지만 인터넷, e메일, 동영상, 음악, 게임 등을 데스크톱 모니터를 보는 것 같은 크기로 볼 수 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이미 국방, 건설, 제조, 정비, 운송 등 여러 분야에서 도입돼 활용되고 있는 이들 입는 컴퓨터는 현재 국내 일부 연구기관과 공공기관에서 활용을 검토중이다. 이 외에도 최근 연세대 웨어러블 컴퓨터 커뮤니티가 개발한 `패트롤 재킷`이나 지난해 7월 인피니온 테크놀로지가 발표한 `의복내장형 MP3 플레이어` 등 초기 단계의 입는 컴퓨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물론 기술적 관점으로 보면 본격적인 입는 컴퓨터의 시대는 4~5년이 더 지나야 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사회로의 진입로를 닦아주는 것이 바로 입는 컴퓨터라는 것. 예를 들어 상대방과 악수를 할 때 서로의 시계가 자동으로 정보를 주고받아 신원을 확인ㆍ저장하고, 신발에 달린 센서가 빌딩, 다리, 자동차 등의 센서와 교감해 신발 주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입는 컴퓨터와 유비쿼터스 사회의 연결 모습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태규 정보가전연구부장은 "입는 컴퓨터가 영화처럼 자연스러워지려면 인간의 오감을 모두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각, 촉각, 청각 감지기술은 상당한 정도로 발전했지만 후각, 미각 분야는 아직 미흡하다"고 말했다. 각종 생체인식 기술과 유무선 통신기술, 초소형 초경량 반도체 기술 등이 융합된 전자ㆍ정보통신의 총아인 입는 컴퓨터가 휴대폰처럼 대중화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

관련기사



김문섭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