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材가 국력" 아낌없이 투자'네덜란드에선 홈리스(거지)들도 2개국어를 구사한다. 영어는 기본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나라로 우리에게 바짝 다가온 네덜란드의 특징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국민들의 탁월한 어학실력. 'I'm still hungry.'란 간단한 표현으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낸 히딩크 감독의 언어감각은 사실 네덜란드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하는 장점이다.
이 나라는 유럽 경제로 들어가는 명실상부한 관문국이다. 대표적인 항구인 로테르담항은 유럽 교역물량의 40%가량을 처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00년 한햇동안만 총 94개의 다국적기업이 네덜란드에 몰려와 생산 및 물류거점을 마련했다.
아시아 허브국을 겨냥해 다국적기업들의 아시아 거점본부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집중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국토면적이 경상남북도를 합친 4만여㎢에 불과한 이 나라가 이처럼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덜란드 근로자의 70% 이상이 영어, 독일어, 불어 중 2개 이상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업무숙련도, 일에 대한 열의 등도 나무랄 것이 없다. 지리적으로 유럽의 모든 지역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매력이지만 질 높은 노동력도 중요한 유인요소다."(이 곳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을 통해 조사한 투자 결정 이유)
한마디로 기업이 원하는 양질의 고급 노동력이 넘쳐 흐른다는 이야기다. 현지 근로자들의 이 같은 능력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한 원활한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등에도 상당한 힘이 되고 있다.
고급 노동인구가 풍족하다는 점은 네덜란드뿐 아니라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싱가포르 등 속칭 강소국으로 꼽히는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국가 경쟁력에서 인재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핀란드.
이 나라는 스위스의 국제경영대학원(IMD)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벌써 수년째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인적자원 부문에서는 지난 97년이후 5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가 인재관리에 국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냉전체제가 종식되던 1991년 전후.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는 국경을 접한 이 나라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야기했다. 당시 이 나라가 선택한 위기 타개의 첫걸음이 교육시스템 개선이었다.
'핀란드=지식기반 사회'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이 개선작업의 핵심은 ▲국제적 교환 프로그램 장려 ▲평생학습 증진 ▲다양한 언어 교습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 확대 ▲정보전략 현실화 ▲수학과 과학 수준 향상 ▲평가를 통한 교육과 훈련의 질 보증 등이다. 여기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평생학습 증진. 그동안 '훈련을 통한 고용'이란 방향으로 운영돼 실업인구의 취업을 지원하던 평생학습은 이 때를 기점으로 '고용에서 훈련'으로 180도 전환했다.
개선방안은 한마디로 국민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국제경험을 축적시켜 주겠다는 것이며 정부가 직접 노동의 질 관리에 나섰다는 점이다.
핀란드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 99년 대학법을 개정, 기업들에게 원천기술 또는 기반기술을 제공해줄 대학체제를 전면 수술했다. 개정법의 골자는 교수들의 연구실적을 냉정하게 평가하겠다는 것. 교수들에 대한 실적평가도 핀란드 내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IMD나 OECD등 외부평가기관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 연구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교수는 퇴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어찌보면 지식강국 핀란드의 감춰진 힘은 세계 최고의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냉혹할 정도로 철저하게 평가하는 것에 있기도 하다.
이재규 대구대 교수는 최근 대은경제리뷰 기고문을 통해 "강소국들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다. 이들 국가의 성장동력을 살펴보면 예외없이 외부의 유입 자본과 자체 고급인력을 결합시킴으로써 고부가가치 산업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대부분이 자유롭게 2개 국어를 구사하는 네덜란드, 국가가 나서서 고급 인재들을 발굴, 육성하고 있는 핀란드 등은 경제 4강을 향한 한국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생생한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