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북 보복테러 추정”/고정간첩 2∼3명 소행 가능성/합동신문조

◎간첩사용 암살용 권총에 당해/이씨 머리 치명상 “소생 불가능”정부당국은 지난 15일 발생한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씨의 조카 이한영씨(36) 피격사건을 북한 간첩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이마에 총상을 입은 이씨는 뇌사상태로 회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안기부·기무사·정보사 요원 등으로 합동신문조를 구성, 목격자 진술 및 주민탐문 수사를 통해 범인들의 행적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합신조는 ▲이씨가 피격후 『간첩, 간첩』이라고 말했다는 목격자 진술 ▲범행에 사용된 총이 북한공작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 ▲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 망명사건 직후 일어난 점 등 정황으로 미뤄 3인조이상의 북한간첩에 의한 보복테러로 결론내렸다. ◇피격=15일 하오 9시 52분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현대아파트 418동 1402호 김장현씨(한양대 교직원) 집앞 복도에서 이씨가 40대 남자 2명이 쏜 권총 실탄에 이마를 저격당했다. 이씨는 인근 분당 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료팀은 이씨의 두개골을 절개한 결과 총탄이 뇌의 대부분을 손상시켜 탄환제거 수술을 포기하고 봉합했다. ◇목격=김씨의 부인 남상화씨(43)는 문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문을 열고 나왔다가 쓰러져있는 이씨를 발견했다. 남씨는 『이씨에게 「누가 그랬냐」고 물어보니 이씨가 손가락 2개를 펴보이며 「간첩, 간첩」이라고 외친 뒤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남씨의 앞집인 1401호 주민 박종은씨(46)는 『거실에서 TV를 보던 중 밖에서 쾅쾅거리며 싸우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이씨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복도에 쓰러져 있었고 남자 두사람이 계단으로 달아났다』고 말했다. ◇수사=경찰은 조사를 통해 총을 쏘고 달아난 범인 중 1명이 40대 중반의 건장한 체격에 검은색 바바리를 입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현장 부근에서 범인으로 보이는 3명을 봤다는 새로운 목격자가 나타남에 따라 범인들이 3인조 이상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총은 북한 간첩들이 주로 사용하는 6.35㎜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으로 총신에 소음기를 사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는데 현장에서 탄피 2개가 발견됐으나 탄두는 이씨의 머리에서만 발견되고 나머지 1발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범행전인 지난 5, 15일 이틀동안 5∼6차례에 걸쳐 김씨 집에 이씨의 소재여부와 귀가시간 등을 확인한 점을 중시, 전화발신지 추적 등을 통해 범인행적 추적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가 사생활을 둘러싼 원한관계로 피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이씨 주변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날 하오 도경 감식과 직원 10여명을 동원해 현장 정밀감식을 실시했으나 범인들의 유류품 등 별다른 단서를 찾지못했다.<한기석> ◎경찰,귀순자 밀착보호 돌입 경찰과 군은 16일 이한영씨 권총 피격 사건을 북한의 테러로 판단하고 추가테러 가능성에 대비, 요인 및 귀순자 밀착보호에 들어가는 등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경찰은 요인 보호를 위해 자택 주변에 총기를 휴대한 2인1조의 경찰관을 배치, 검문검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한영씨 누구인가/김정일 전 처의 조카 82년 스위스서 귀순/체험담 기사삭제 요구로 정부와 마찰도 이한영씨는 북한에서 만경대혁명학원을 다니다 모스크바유학까지 한 북한의 최고엘리트집안 출신으로 김정일의 전처 조카다. 76년 모스크바 유학을 떠나 노문학을 전공했던 이씨는 82년 9월 스위스로 어학연수를 가 미국여행을 모색하다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 그해 9월28일 한국에 왔다. 이씨는 그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87년 12월부터 90년 5월까지 KBS 국제방송국에서 러시아어 방송담당 PD로 일했다. KBS 퇴사후 건설업에 손을 댄 이씨는 조합주택 등을 건설하기도 했으나 부도를 내 복역했다. 이씨는 한때 언론사에 찾아다니며 북한실상과 자신의 체험담을 담은 글을 게재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지난 해 「대동강 로열패밀리 서울잠행14년」이라는 수기를 출판하는 과정에서 안기부의 일부 삭제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그동안 안기부가 제공해 살아온 안가에서 나와야 했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자택을 떠나 선배인 김장현씨의 분당 아파트에서 생활해왔다.<한기석>

관련기사



한기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