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행복한 중기씨] 1부. 중소기업 바로 알자 <2> 하청 아닌 협력파트너로

대기업부터 중기 인식 바꿔야 사회적 편견 사라진다<br>CEO 솔선수범하고 중기 이해교육 확대 등<br>실천 프로그램 갖춰야 불균형·불공정·불합리 3불 문제 해결 가능

'중소기업 주연시대'를 열려면 중소기업이 협력 파트너라는 대기업의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주관한 중소기업 바로 알리기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입상한 포스터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정말 등골이 휠 지경입니다. 경제민주화니 경제대통령이니 떠들지만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더 교묘해지고 있으니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고 답답할 노릇입니다." 경기 안산에서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A사장의 눈물겨운 하소연이다.

중소업계에 변칙적인 '단가 후려치기'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거래를 맺기 전 아예 이익률을 정해주거나 피해발생시 모든 책임을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부당한 계약서를 들이밀고 99.9%의 중소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기업 구매부가 2·3차 협력업체의 납품가격을 결정하고 재무팀이 다시 가격을 삭감하는 사례가 있는데 협력사의 납품단가를 경쟁하듯 깎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모든 문제는 중소기업을 대하는 대기업의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약자이고 을의 위치에 있는 하청기업을 쥐어짤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출발점이라는 것. 협력사 거래관행이 을사(乙死)조약으로 불릴 정도다. 대기업 위주로 고착된 우리 경제구조에서 발전 일변도로 압축성장을 하다 보니 주위를 챙기면서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중기 주연시대'를 맞아 '불균형ㆍ불공정ㆍ불합리'라는 3불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강조되지만 근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갑을 관계에서 협력 파트너라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같은 강제적인 제도로 변화를 이끌 시기는 이제 지났다.

임채운 한국중소기업학회장(서강대 교수)은 "동반성장은 시혜가 아니라 같이 성장하는 것"이라며 "협력업체 또는 경쟁자가 함께 건강하고 건설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근 일부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내가 갑이고 당신은 을이라는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돕고 살자는 생각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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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신입사원ㆍ승진자 워크숍 등 대기업의 각종 교육과정에 '중소기업 이해'과목을 교양필수로 지정하는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구매 담당자뿐 아니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을 하청업체가 아닌 동반 협력업체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교육 마인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협력업체와의 거래에 연관이 있는 6,0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법 규정, 법 준수, 정도경영 등 하도급법 집중 교육에 나섰다. 추후에는 직원들에게 관련 시험까지 보게 해 하위 10%는 승진 감점 등의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구호로 외쳤던 동반성장이 파트너와 함께 상생하는 개념으로 진화한 것.

아울러 실질적인 동반성장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인사평가에 동반성장 실적을 평가하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에 따르면 115개 대기업 중 동반성장 추진실적을 CEO와 임직원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기업은 2010년 23개사에서 2012년 91개사(79.1%)로 4배 가까이 확대됐다.

물론 이 역시 승진ㆍ인사고과를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전사적으로 직원들 평가에 협력사 관리 항목 등을 추가해 동반성장이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직원들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 인사평가 방법에서 상생실적을 넣으려는 노력이 있기는 하지만 부족하다"며 "미래 지향적이면서 서로를 신뢰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청기업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협력기업 또는 파트너 기업이라는 의미를 둬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도와준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좋은 부품이 있어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며 "아무리 정부가 공정화를 주장해도 CEO들부터 솔선해 협력사를 챙기고 애로사항을 체크하며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수근 서울대 교수도 "큰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됐으니 앞으로는 더욱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다양하고 실질적인 실행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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