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우리금융 민영화, 합병 방식 사실상 배제

"경영권 프리미엄 어렵고 남는 지분 재매각 단점"<br>당국 '인수 방식' 우선 검토<br>합병 추진 KB지주보다 산은지주에 유리해질 듯


금융 당국이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합병 방식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와 달리 합병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 원칙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시장에서는 잠재 후보군으로 예상되는 KB금융지주 등이 민영화에 참여할 경우 자금 부담 등을 감안해 합병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당국이 인수 방식을 끝까지 고수할 경우 우리금융 인수전은 산은지주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에 대한 합병보다는 인수 방식의 매각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자위의 한 관계자는 "합병 방식을 통한 민영화는 현실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가 어렵다"며 "더욱이 합병에 따른 주식교환으로 남는 지분을 또 다시 매각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인수 방식의 입찰에 점수를 더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금융 매각 주체인 공자위는 지난 5월17일 우리금융 재매각 방안을 발표하면서 합병과 인수라는 두 가지 매각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았다. 하지만 공자위 입장에서 합병과 인수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우선 합병을 통한 민영화 방식은 조기 민영화라는 대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합병 이후에도 합병 회사의 지분을 일정 부분 보유하게 된다. 비록 현 지분(57%)보다는 크게 낮아지지만 합병 이후 남은 지분을 또 다시 시장에 매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단적인 예로 KB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합병할 경우 예보는 합병회사의 지분을 15~20%가량 보유하게 된다.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이 지분을 공개시장에 매각해야 하는데 워낙 물량이 많다 보니 제대로 된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예보는 합병 후에도 이변이 없는 한 합병회사의 1대 주주로 남을 공산이 크다. 결국 합병 회사의 지분을 최대한 빨리 팔아야 1대 주주 자리를 넘겨줌과 동시에 민영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합병 회사의 시너지효과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오를 경우 남은 지분을 현재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매각해 경영권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수할 수도 있지만 이는 향후 시장의 평가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어서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하나 문제점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대원칙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합병은 법에 정한 원칙에 따라 합병 비율이 사실상 기계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합병하는 두 회사의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합병 비율이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여 받을 수 없게 된다. 합병 방식이 가진 또 하나의 맹점은 복수의 입찰자 간에 가격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수 방식의 입찰은 입찰자가 써낸 인수 가격을 단순 비교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 되지만 합병은 입찰자의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합병비율이 정해지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합병의 경우 복수 입찰자 간 가격 비교가 어려워 추후에 특혜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최근 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할 때 매입해야 하는 최소 지분을 95%에서 50%로 낮추기로 한 것도 인수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5일 열리는 정례회의에 이런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공자위가 인수 방식의 매각을 추진하면 사모펀드 등을 제외할 경우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는 두 곳으로 좁혀진다. 산은지주와 KB지주다. 겉으로 보면 KB금융은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가장 막강한 자금 조달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보유 자금만으로는 부족하고 유상증자 등에 나서야 하는데 후폭풍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 대주주의 동의를 받기도 어려운 일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KB가 뛰어들 경우 합병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반면 산은지주는 프리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는 복안이 있다. 인수 후 수년 동안 듀얼 뱅크(두 은행 체제)를 유지하다 합병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실질적으로 산은지주에 유리한 구도다. 나머지 인수 후보인 신한금융지주는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와 관련한 상환우선주 및 차입금 상환이라는 걸림돌이 남아 있어 인수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하나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마련한 실탄이 있지만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계약을 연장하기로 합의해 우리금융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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