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2일] 국정운영 시스템 바꿔라

이명박(MB) 정부는 지난 6월20일 전면적인 청와대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또 앞으로 내각에 대한 인적 쇄신도 예정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인적 쇄신을 통해 현 난국이 조속히 수습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인적 쇄신만으로 현 시국을 타개하려는 것은 단지 희망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 많은 국민은 대통령 집권 초기 100일간의 국정운영 실패가 무엇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대통령의 가치관과 애당초 잘못된 국정운영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따라서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변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정국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MB 정부는 출범시 권력을 나눠 가질 수 없다는 대통령의 과욕을 좇아 대통령실장이 국정운영을 주도하게 했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에게는 행정부 2인자로서의 권한이 아닌 자원외교 전담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그 위상과 역할을 대폭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비서실 고유 업무에다 핵심 국정조정 업무까지 넘겨받은 MB 정부 초대 대통령실장은 새벽부터 야밤까지 대통령실 관리업무, 요직인사와 정책, 부처 간 국무조정, 당ㆍ정ㆍ청과의 정무 업무에다 대통령 연설원고까지 감당하느라 숨 돌릴 틈도 없게 됐다. 이렇다 보니 국정현안에 대한 상시 과부하와 정책혼선이 발생하고 핵심사업의 우선순위마저 뒤바뀌거나 불분명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실장이 대통령의 최우선 현안들에 대한 보좌에만 전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쇠고기 파문 같은 대형사고가 터지고 만 것이다. 반면 대통령으로부터 실질적 권한 위임을 받지 못한 총리는 사실상 국정 핵심현안의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취임 초기 100여일 동안 의전 총리, 대독 총리, 얼굴마담형 총리, 방탄형 총리역을 담당했다. 권력의 중심축이 대통령실로 넘어간 마당에 어떤 총리인들 이미 대통령실장 쪽으로 머리를 더 수그려버린 장관들을 상대로 나라살림을 제대로 꾸려갈 수 있겠는가. 위의 사실들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나눔의 리더십, 역할분담의 리더십으로 내각과 대통령실이 각기 참모기관(staff) 및 계선기관(line)으로서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국정운영 시스템이 확립되지 못할 경우 인적 쇄신의 약발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 한국선진화포럼은 6월25일 한국무역협회에서 경제원로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한 시국선언을 통해 청와대에 집중된 권한을 줄이고 내각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 시스템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또 많은 정치원로와 국민들도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이제 통상적 부처현안에 대한 세세한 간섭보다 국가의 종합적ㆍ체계적 전략지도를 그리면서 큰 틀에서 국론을 모으고 국가 핵심사업으로 국민을 통합하는 일에 전력투구해주길 바라고 있다. 더불어 일부 핵심 국무조정 및 행정 업무, 그리고 국정과제에 대한 집행 업무는 총리를 중심으로 각 부처 장관들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수행해가기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인적 쇄신과 함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각 부처 통할권과 장관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해줌으로써 또 다른 국정혼란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끝으로 국정운영 시스템이 바뀔 경우 그 시스템 안에서 일할 사람들도 함께 변해야 한다. 새 집에 살 사람이 구식으로 행동한다면 새 시스템 역시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권력과 역할은 나눌수록 커진다. 작은 것을 버릴 때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어려운 시기를 맞이해 대통령과 공사의 모든 조직관리자가 성공적 조직관리를 위해 함께 곱씹어봐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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