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경제 비관론' 입증되고 있다

지난 5월초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월가의 외로운 비관론자인 그는 큰 목소리로 "미국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W자형 회복론', 즉 더블딥 이론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 경제는 거시 지표상으로 'V자형'의 빠른 회복세를 보였기에, 그는 수많은 경쟁자들의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요즘 뉴욕 월가에선 3개월 전에 한 사람의 극소수 의견이었던 더블딥 논쟁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월초에 로치가 'W자형 회복론'을 펼칠때만 해도 월가의 내로라는 경제전문가 대부분은 거의 궤변과 같은 얘기라며 시큰둥했다. 심지어 리처드 버너와 같은 같은 회사 동료도 팀장의 견해에 반박하는 보고서를 낼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주말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2ㆍ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1%로 뚝 떨어지고, 미국 경제가 7월에 새 일자리를 거의 창출하지 못한 것으로 발표되자, 뉴욕증시는 더블딥 우려로 연일 폭락장세가 이어지고, 월가에서는 더블딥 가능성을 수긍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 2년간 미국 경제가 꺾어지면서 월가 전문가들의 전망이 거의 오류로 판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투자회사에 고용돼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에 반하는 부정적 전망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고, 장기 호황시절의 분석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이에 비해 지난 2년동안 로치와 같이 소수의 비관론자들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측면과 역사성을 진단하면서, 이제 그 정확성을 인정받고 있다. 로치는 지난해 1월에 미국 경제가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으로 돌아섰다고 주장, 일찍이 경기침체를 예측한바 있다. 그는 최근에 이번 경기침체가 2차세계 대전 이후 가장 길며, 거품(버블)이 꺼지는 과정에서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의 싱크탱크들도 최근 미국 경제가 다시 둔화되면서 한국의 경제전망치를 낮춰 잡고, 그간의 오류를 인정하고 있다. 물론 한국 연구자들이 대외경제 여건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겠지만, 장기 호황에 젖어있던 미국의 낙관적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에 너무 의존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지난 2년간 미국 경제의 궤적이 월가의 소수 견해를 따라갔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전망과 방향을 짤 때 미국 경제전문가들의 비관적 관점도 비중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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