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기업 규제 보단 중기 경쟁력 높여야"

KOTRA 국제콘퍼런스서<br>라잔 시카고대 교수 강조


"대기업을 규제하기보다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라구람 라잔(사진)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13일 KOTRA가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한국 무역ㆍ투자 50년의 평가와 미래전략'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대기업들이 특정 제품을 못 팔게 하기보다는 중소기업이 그 분야에서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그 분야 사업을 못하게 하면 경쟁력 있는 해외 업체가 국내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영국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로부터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에 가장 영향력 높은 경제학자로 선정된 라잔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03~2007년 역사상 최연소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담은 저서 '폴트라인'은 골드만삭스ㆍ파이낸셜타임스 등이 2010년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로 선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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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잔 교수는 한국의 재벌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한국 재벌이 과거 지나친 혜택을 받았고 현재 정치적으로 너무 강한 입지를 가지게 된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지난 50년간 경제 발전을 이끌어왔던 장점도 얘기 안 할 수 없다"며 "양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특혜를 제거해 나가는 동시에 중소기업들이 더 나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기금을 통한 재정 지원, KOTRA를 통한 수출 업무 지원 등을 중기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제시했다.

라잔 교수는 한국의 유럽ㆍ미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크지 않은 데 대해서는 "선진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것이 첫 번째, 선진 시장의 내수가 이미 FTA 이전부터 많이 개방돼 있었던 것이 두 번째 이유"라며 "가시적인 FTA 효과가 안 나타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위기에 미국 재정 문제까지 겹친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위기해 처할 가능성은 50% 미만으로 진단했다. 라잔 교수는 전망보다는 희망이라고 운을 뗀 뒤 "유럽의 재정상황이 악화되면 그만큼 유럽 정치인들이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며 "미국도 연말까지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내년에 세금이 상승할 수 있겠지만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해온 미국의 역사를 볼 때 누가 당선되던지 침체기를 잘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경제 통합 논의와 관련, 라잔 교수는 "무역과 투자의 통합은 상당한 혜택이 있다"면서도 "원활한 상업 교류, 인적 자원 통합 등의 과정을 거쳐 국가 간 일인당 소득이 맞춰져야 화폐 통합이 가능할 텐데 우리 생애 내에 아시아 공동화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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