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반드시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경제상황이 변하거나 산업여건이 변하면 이에 따라 적절히 수정되고 완화돼야 합니다."
26일 수원 영통구에 있는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집무실에서 만난 서승원(50·사진) 청장의 첫 일성은 '손톱밑 가시뽑기'였다.
지난 2월 부임하자마자 중소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걷어내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친 그는 요즘 들어 규제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서 청장의 규제개선에 대한 철학은 확고하다.
그는 "기업 애로 발굴은 현장 경영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만큼 직원들과 함께 발로 뛰어 개선할 점을 찾고 있다"며 "전 직원이 모두 현장을 방문해 중소기업들의 경영 애로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특별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서 청장의 규제 걷어내기 노력은 단기간에 놀라울 정도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중기청이 올 1월부터 지금까지 찾아낸 규제 건수는 무려 87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건이나 많다.
규제발굴도 금융규제에서부터 환경규제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기업들은 입지 규제를 22건으로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 기술 15건, 환경 8건, 세제·인력 각 6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서 청장은 "공무원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굳이 말하자면 직원들이 중소기업인들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갔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서 청장은 대표적으로 지난 3월 고양시에 있는 한 중소기업을 찾아 애로 사항을 듣고 해결해준 일을 꼽았다. 오토프론트를 생산 하는 이 기업은 영국의 한 기업에 연 25억원의 물동량을 수출해 왔으나, 평소보다 보다 10배가 많은 250억원의 수출구매요청을 받고 공장증설을 시도했다가 번번이 무산됐다. 이유는 용도가 농림지역이기 때문에 건폐율이 20%에 묶여 사실상 공장증설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한 서 청장은 직접 현장에서 보니 주변 지역이 농림지역의 가치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는 직접 국토부와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줬다.
서 청장은 또 평택 포승공단에서 진공 포장용기를 생산하고 있는 A 기업의 규제를 풀어준 것도 의미있는 일로 지적했다. 이 회사 정문 앞으로 애초 T자형이던 도로가 2012년 교통영향평가에서 L자형으로 변경됐다. 이 때문에 대형 물류 차량이 회사 정문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적인 문제 해결을 계속 건의해왔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서 청장이 직접 나서 수년간 박혀있던 가시를 불과 2개월 만에 뽑아주었다.
서 청장은 "거의 매일 중소기업인들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며 "어려운 규제를 해결하면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직후 '손톱밑가시' TF를 구성했다. 매주 월요일 실시하던 간부회의를 일주일간 뽑은 '손톱 밑 가시' 현황 회의로 개편한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경기중기청의 기업환경개선 과에서만 다뤘던 손톱밑가시 뽑기 사업은 창업성장지원과, 공공판로지원과, 제품성능기술과 등 전 부서의 핵심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서 청장은 기업인들이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규제개선에 대한 체감온도가 낮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규제 개선은 보수적인 경향과 절차에 소요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작은 기업 애로는 1~2주면 해결할 수 있지만, 법적인 정비를 수반하는 경우 1~2년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규제의 증가 속도보다 규제개선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손톱밑 가시 뽑기 사업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닌 현 정부의 국정운영 과제인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모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