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재고증가율. 출하와 재고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고증가율이 출하증가율을 넘어섰다.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공장에 쌓아놓는 것이 더 많은 셈이다. 출하증가율이 마이너스가 아닌 상황에서 재고증가율이 출하증가율을 앞지른 것은 2008년 9월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7월 재고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반도체 및 부품. 전월 대비 11.1%나 재고가 늘어났다. 7월 지표에서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제조업 재고증가율은 출하증가율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재고증가율이 출하증가율보다 높은 경우는 경기가 침체돼 판매가 부진하며 재고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재고증가율이 늘어난 후에는 빠르게 재고조정이 이뤄지며 생산과 출하 모두 감소세로 돌아선다.
그렇다면 7월 재고증가율 급증을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특히 우리나라 주력 수출제품인 반도체ㆍIT 부품에 대한 경기전망이 어두워지며 재고가 쌓이는 것일까. 실제 최근 들어 반도체 메모리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LED 패널도 소비실리 위축에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40~42인치 120㎐ LED 패널의 평균 판매가격은 440달러로 이달 초(460달러)보다 무려 20달러(4.3%)나 하락했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은 7월 재고율 급증이 가격하락에 따른 경기하락을 예고한다기보다는 연말 성수기를 겨냥한 전략적 재고증가라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여전히 낸드플래시 등의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경쟁업체인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이 밀어내기식으로 쏟아내는 물량으로 인한 가격하락을 재고증가로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협회의 한 관계자는 "연말 경기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경기하락에 따른 재고증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도 "재고지표 변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한달 지표를 보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경기 하락을 예고한다기 보다는 생산자들의 전략적 재고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