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지수가 반년 새 6%(원화가치 상승)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제결제은행(BIS)의 실질실효환율지수를 보면 지난 4월 원화는 115.34포인트(2010년=100포인트 기준)로 6개월 전보다 6% 급등했다. 이는 전 세계 조사 대상 61개국 중 여섯 번째로 가파른 상승세다. 베네수엘라·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특수한 상황에 있는 국가를 빼면 스위스(9%), 미국(7%)에 이어 세 번째로 가치가 빠르게 올랐다. 일본 엔화는 3% 오르는 데 그쳤으며 유로화는 9%나 빠졌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지수가 급등하는 것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어 자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원화는 막대한 '불황형 경상흑자'로 달러가 물밀 듯이 들어오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관심은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우리가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경상흑자 규모도 막대해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원화가치가 하락할지 의문이지만 적어도 추가 강세는 막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정부 내부에서도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수출마저 급격히 꺾이자 내심 한 번 더 인하해줬으면 하는 눈치다.
한은 역시 수출부진과 원화가치 상승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6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5월20일까지 수출실적을 모니터링한 결과 부진했던 4월과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4월에 전망한 우리 경제 성장경로상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비중이 높다는 특수성을 부각시키며 수출부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은의 한 관계자는 "수출이 고꾸라지고 내수도 시원치 않다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입수되는 경기지표를 보고(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ant) 매 금통위 회의 때(미팅 바이 미팅 베이스·meeting by meeting base)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