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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도 잘 되고 생육도 빨라. 올해 날씨만 좋으면 금상첨화지."
11일 제주공항에서 차로 30여 분을 달려 찾은 제주시 노형동 콩나물 콩 밭. 오전 11시 내리쬐는 햇살 아래 김매기가 한창이었다. 4,297㎡(1,300평) 드넓은 밭을 가득 메운 건 CJ제일제당이 2011년 이후 3년간 연구개발(R&D) 끝에 개발한 'CJ행복한 1호' 콩으로, 이미 어른 손가락 만큼 자라 가을 수확기 풍년을 예고했다. 4월 제대한 아들과 함께 잡풀을 뽑던 현승희(48·사진)씨의 얼굴에는 땀과 함께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현 씨는 "보통 3,305㎡(1,000평)이면 콩나물 콩 15가마(40㎏)를 수확하는 데 작년 CJ행복한 1호 콩으로 시험 재배해보니 수확량이 18~20가마로 늘었다"며 "수확기 폭우만 아니더라도 풍년이었는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CJ행복한 1호 콩은 기존 품종보다 빨리 자라 같이 심어도 마디 하나가 커 트랙터 등 기계로 재배하기도 쉽다"며 "CJ제일제당에서 토양 분석을 해준 덕에 인산 비료도 넉넉히 뿌려 지난해처럼 폭우만 없다면 올해 농사는 풍년도 기대할만하다"고 말했다.
진로를 농업으로 선택한 아들까지 3대째 잡곡 농사를 짓고 있는 그가 CJ제일제당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당시 농협의 추천으로 3개 농가와 함께 CJ행복한 1호 콩 재배자로 꼽히면서 시험 재배에 나섰다. 특히 이 콩이 기존 품종들보다 발아도 쉽게 잘 되고 생육도 빠른데다 수확량도 크게 늘어 올해는 콩나물 콩 재배지를 현 씨 보유의 16만7,084㎡(5만543평) 밭 전체로 확대해 본격 재배를 시작했다.
올해 현 씨처럼 제주도에서 CJ제일제당의 행복한1호 콩 재배 농가로 선정된 곳은 9곳으로 농지만도 33만578㎡(10만평)에 달한다. 증수율이 130~150%에 이르는 등 다수확성으로 현지에서는 '축복받은 종자'로 꼽힌다. 특히 토양 분석에 따른 비료 처방은 물론 해충 관리 등 체계적인 지원과 정보 교환, 가족 같은 친숙한 소통으로 CJ제일제당은 해당 농가에 든든한 '우군'이자 '동반자'로 불린다. CJ는 게다가 콩나물 콩 종자 보급 및 농민계약 재배 사업 과정에서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콩나물 콩에 대한 기계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종자 보급 및 농민 계약 재배 사업은 4년 전 원물연구에서 시작해 공유가치경영(CSV)으로 발전시킨 사업 모델이다. 수확량을 늘려 농가 수익을 올리고, CJ제일제당에서는 안정된 원료 공급망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한마디로 농가는 물론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미래 사업 모델인 것이다. 나아가 수확량 증가→농가 수익 확대→가격 안정화 등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미래 식량 자주권 확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CJ측 설명이다. CJ는 CSV 사업으로 더 많은 농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콩나물 콩에 이어 두부용 콩, 숙주나물 씨앗인 녹두 종자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정지원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부장은 "콩나물 콩을 시발점으로 종자 개발과 보급, 재배 관리, 전량 수매까지 기업과 학계, 농가가 손잡고 윈윈할 수 있는 CSV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원료의 원활한 공급은 큰 범위에서 가격 안정화로 이어져 최종 소비자까지 혜택이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