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급한 기술유출 방지 장치

최근 첨단기술의 해외유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올들어 적발된 해외유출 시도 건수와 금액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9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10건 미만이던 첨단기술의 해외유출 적발건수는 올들어 8월까지만도 14건에 이르러 눈길을 끌고 있다. 적발된 첨단기술도 정보통신 부문은 물론 생명공학ㆍ전기전자ㆍ정밀기계 등 거의 전분야에 걸쳐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당국이 사전에 적발한 국내 첨단기술의 가액은 무려 4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 달러화로 400억달러에 상당하는데 올들어 지금까지 국내업체가 수출한 2,000억달러의 20%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첨단기술의 해외유출 방식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단순한 해킹ㆍ절도 등의 기술유출과 함께 인수합병, 장비수입을 통한 노하우 이전, 기술거래 등 합법적인 방법의 기밀유출도 성행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현대시스콤이 체결한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방식 상용화 핵심기술의 대중국 매각계약에 대해 위법성 여부를 수사 중에 있다. CDMA 상용화 기술이 대외무역법상 수출전략통제물자에 속해 직접 수출이 불가능하자 중국 통신업체 UT스타컴은 한국에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매각계약을 맺는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인력의 잦은 이동과 고집적 휴대용 메모리스틱 등 다양한 저장매체의 발달도 기술유출을 손쉽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유출이 수월해지는데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의 기술보안 상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보보안예산이 매출액의 1% 미만인 국내기업이 80%를 넘고 보안담당 부서를 둔 기업도 10곳 가운데 한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우선 국내기업이 외국 경쟁업체의 내부인력 포섭이나 위장취업 등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그러나 보다 시급한 것은 개별기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대응체제 구축이다. 기술유출은 단순히 개발비만 손해 보는 게 아니다. 첨단기술의 상용화에 따라 로열티와 매출 증대는 물론 브랜드 가치 등 여러 방면의 기업손실과 함께 국가적 손실 역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기업 차원에서는 기술개발 및 관리 인력에 대해 인센티브제를 강화해 이직 사례를 줄이는 동시에 국가적으로는 핵심기술을 국가보호기술로 지정해 체계적인 관리와 효율적인 유출방지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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