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괜찮아요? 아빠!


'밤새 뒤척이다가…(중략)…비로소 깨닫는다. 온 누리에 가득한 봄 향기야말로 "저승으로부터 온 내 아들의 편지"라는 것을. 앞으로 아들의 편지를 자주 받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애통에 겸손해야겠다"는 것을.'(박완서, 저승으로부터의 편지, 1989년)


△가슴이 메이고 찢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은…. 무엇보다 슬픈 이별은 부모 자식 간의 예기치 않은 헤어짐이다. 특유의 감성과 문체로 '비목'과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남긴 소설가 박완서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남편을 병으로,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런 글도 썼다. "아들이 원망스럽다. 영혼이 있다면 무슨 방법이든지 이 애통하는 에미에게 한 번만이라도 나타날 것이지, 어쩜 이리도 무심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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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성(不通性) 탓에 죽음은 더 애절하다. 단 한 번만이라도 죽은 아들을 보고 싶었던 박완서의 절규처럼 눈물로 여름밤을 보낸 적이 있다. 군 복무 시절 황망한 부음으로 헤어진 어머니를 꿈 속에서 만난 뒤 문득 깬 내무반에서 밤새 울었다. 1997년 개봉된 최진실ㆍ박신양 주연 영화 '편지'가 흥행 1위를 기록한 이유도 죽음을 뛰어넘는 소통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남편을 뇌종양으로 잃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던 젊은 아내는 어느 날부터 남편이 발송한 편지를 기다린다. 죽음을 앞둔 남편이 홀로 남을 아내를 위해 써둔 소통과 교감, 사랑의 편지에서 받는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문자메시지가 지니는 쌍방향 통신의 위력은 어떤 매개체보다 강하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문자메시지 한 통에 눈과 마음이 젖어간다. 폭우가 쏟아진다는 뉴스를 접한 딸이 아침 일찍 한강변으로 출근한 아버지가 걱정돼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아빠♥ 서울에는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괜찮은가요?' 응답이 없었다. 노량진 상수도관 부설 현장에서 '아빠'는 메시지를 받기 두 시간 전에 수몰됐으니까…. 어떤 언어도 위로로 들리지 않겠지만 한을 안고 살게 될 어린 딸에게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주어진 애통에 겸손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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