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포퓰리즘이 국가흥망 가른다] <13·끝> 전문가 좌담회

지난 8일 서울경제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퓰리즘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퍼주기식 복지는 지속 가능할 수 없기에 스웨덴과 같이 '일하는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전무,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 /이호재기자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이현석 대한상의 전무

▲스웨덴과 같이 일하는 복지로 전환 필요 퍼주기식 복지가 지속하지 않는점 국민들이 인식// ▲등록금 등 일률적 복지정책은 부작용.. 대학재정&소득차등 선별 지원 ▦복지 정책은 국가대계.. 정치권 경쟁할 사안 아니다. ▲무상급식 투표불말은 선별적 복지 열망아니다. 결식아동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 ▲기존 복지제도의 중복이나 누수 파악해야 ▲정부 재정만이 아니라 민간 역할도 자발적으로 확대하는 분위기 조성필요 ▦중산층 복지정책은 국민 나태하게 해.. 노인&취약계층부터 “재정 측면을 감안할 때 일률적인 복지 지원은 향후 상당한 부작용을 나을 것입니다. 포퓰리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공약과 정책에 대한 사후검증이 필요합니다.” 국가 부도 위기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그리스는 과거 포퓰리즘 정책이 시발점이 됐다.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복지 논쟁 속에서 한국 사회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양 갈래로 나뉘어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다음달 서울 시장 선거를 시작으로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있어 대한민국호는 여느 때보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도배될 우려가 높다. 이에 ‘포퓰리즘이 국가흥망을 가른다’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 서울경제신문은 지난 8일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전무(조사1본부장)를 초청, 포퓰리즘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무리하게 수용하게 되면 국가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복지정책은 재정여건과 경제기초체력을 감안해 정교해야 할 국가적 정책과제인데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선명성 경쟁하듯 정책을 내놓을 사안이 아니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이 전무는 “집권당에서 복지 대책을 무리하게 내놓으면 반대당에서 견제하고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리스는 그러지 못하고 여당과 야당이 번갈아 가면서 경쟁적으로 확대했다”면서 “지금 우리도 잘못하면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복지제도로 혜택을 보는 특정 이익집단의 폐해를 꼬집었다. 그는 “복지제도를 새로 만들면 혜택을 보는 특정집단이 생기고 받기 시작하면 놓기 싫어하기 마련”이라며 “반대로 복지개혁 차원에서 줄이려고 하면 이익집단들이 극심하게 반발해 결국은 지출이 늘어나고 재정적자가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사후 평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굉장히 역동적으로 달려오다 보니 국민들은 표를 주고 정책에 대한 평가는 잊어왔다”며 “미국이 아직도 레이건의 세금개혁과 클린턴의 복지개혁을 평가하는 것처럼 우리도 전문가들이 검증해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담=권구찬 경제부장 chans@sed.co.kr ▦사회=한창 논란이 컸던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최근 당정협의에서 1조5,000억원을 투입해 등록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등록금을 낮춰주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재정 문제도 감안해야 할 텐데. ▦안 교수=등록금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학마다 여건이 다른데 모든 대학 모든 학생한테 일률적으로 등록금을 반값이나 일정 비율로 낮춰 정부의 재원을 투입하면 앞으로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별로 과다하게 등록금을 책정했는지 여부와 재정 투명성 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이후에 소득 수준별로 차별화해 장학금 형태로 등록금을 지원해야 한다. ▦고 연구본부장=정부가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외부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음에도 개인적으로 소득이 없어 대학을 가지 못하는 경우 지원하는 차원이다. 그런데 우리는 80%가 대학을 갈 정도로 너무 많이 가는 것이 문제다. 모두를 대상으로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 직장을 잡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전무=설령 재원이 뒷받침된다고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대학등록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학 차원에서 외부 기부에 의한 장학금을 활성화 시키거나 기여입학제와 같은 제도도 다시 한번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장학금 기부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사회=서울시 무상급식 투표에서 25.7%의 투표율을 기록해 투표함을 열지도 못했다. 정치적인 문제도 있지만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적 열망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까. ▦안 교수=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모든 이슈를 보수, 진보와 같은 이념으로 이분화하고 대립하는 관행이 만연됐다. 처음에 그러한 이슈가 아님에도 누가 앞장서면 양쪽으로 갈라선다. 무상급식도 보편주의냐 선별주의냐 보다 여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급식의 경우 결식아동부터 먼저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학기 중에 저녁을 굶고 방학 때 점심, 저녁을 먹지 못하는 전국 90만명의 아동을 위해서는 3,000억원이면 충분하다. 이를 방치하고 모든 학기 중에 중ㆍ고등학교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 1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은 재정여건을 감안한 우선순위에도 합당하지 않다. 전면 무상급식은 그 뒤의 일이다. ▦이 전무=이번 무상급식 투표는 정책 대결로 가야 하는 데 정치적 이슈나 이념의 문제로 비화됐다. 또 선거 자체를 부정한 것도 문제가 있다. 개표 자체를 못했으니 주민투표율만 갖고 선별이다 보편이다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사회=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수준까지 복지예산 투입이 가능한가. ▦고 연구본부장=계량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재정학이나 사회복지 분야의 연구자들은 유럽 같은 고복지ㆍ고부담 국가는 지향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현재 수준이 너무 낮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 중간 정도가 지향점이라는데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미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지출이 많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다른 부분은 여력이 크게 생기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저출산ㆍ고령화 문제도 심각하고 등록금이나 취약계층 지원도 있는데 한정된 자원 내에서 복지정책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안 교수=기존 복지제도의 중복이나 누수가 있는 것을 파악하는 게 우선 순위를 따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기존 프로그램에 증액을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아무리 우선 순위를 잘 만들어도 장기적으로 균형이 다 깨질 수 밖에 없다. 그간 복지지출을 확대하고 많은 제도가 도입됐지만 사후적으로 어떤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현금중심의 복지 정책은 탈피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보육료 지원이 아니라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것입니다. 같은 빈곤대책이라도 현금과 서비스 중 어느 것을 중심으로 둘지 설정하고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제일 필요한 것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험 확충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고 연구본부장=지표상으로 빈곤이 집중된 부분에 먼저 지원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0%가 넘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보다 훨씬 높다. 노인빈곤은 약 10~20년 정도 지나야 해결될 것으로 본다. 특히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적연금도 취약하다. 더불어 노인 아래 근로연령층에서도 저숙련 근로자들의 빈곤이 심각하다. 중산층이나 그 이상의 상위층을 도와주는 형태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사회=보편적 복지에 대한 재계의 시각은. ▦이 전무=예산과 자원이 한정됐기에 사회적ㆍ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기초적인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해줘야 하는데 아직도 극빈층의 의료보장과 의무교육이 미흡하다. ▦사회=그리스 같은 국가는 45세에 은퇴를 했을 때 이전에 받았던 소득의 80% 이상을 받으니 일을 하지 않아도 생활이 된다. 즉, 놀면서 받는 연금소득과 임금소득의 차이가 크지 않아 일하는 복지의 필요성이 높다.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크지 않나. ▦고 연구본부장=스웨덴은 퍼주기식 복지가 지속가능 하지 않다는 점을 국민들이 인식해 빠르게 변신했다. 대부분 국가들도 그런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처럼 정책결정이 합리적이지 못한 나라는 뒤쳐져 있다. 우리도 상황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전환해야 할 것이다. ▦안 교수=일하는 복지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제도를 도입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55만명 선이다. 빈곤율이 높아졌음에도 주어진 재원 내에서 똑같이 가는 것이다. 근로능력이 있으면 자활을 해야 하는데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이 20%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탈수급을 위한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모든 부처를 합해 32개에 달한다. 일을 해서 탈수급을 하면 모든 지원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한번 들어오면 절대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전무=요즘 들어 지자체를 비롯해 사회적 기업 설립이 활발하다. 취약계층을 위해 사회적 기업과 복지대책을 시스템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을 일하는 복지로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사회=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기가 좋지 않다. 우리는 10월부터 선거가 시작돼 앞으로 이러한 포퓰리즘 정책들이 줄줄이 나올 우려가 높다. 대내외적으로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전무=복지이슈가 내년 선거까지 굉장히 고조될 것으로 본다. 국민들이 우리 여건이나 현실에 비춰봤을 때 실현 가능한 약속인지 잘 판단해서 선택해야 할 것이다. ▦고 연구본부장=빈곤계층은 전체에서 10~20% 밖에 안돼 정치인 입장에서는 표가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중산층이나 중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고려할 수 밖에 없고 현재 논의구도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복지정책이 중산층 위주로 가게 되면 나태하게 앉아서 국가가 자신에게 무엇을 해줄까 기대하고 세금도 내지 않아 결국은 그리스처럼 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중산층을 위한 복지는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복지는 우선적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안 교수=지금까지 복지 문제가 보편이냐 선별이냐 영미형이냐 북구형이냐 나뉘었었는데 최근 안철수 신드롬을 보고 정치권에서 느낀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이념적으로 구분해서 대립해봐야 현장에서 국민들에게 크게 와 닿는 것이 없고 이념 논쟁이 지겹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국민들은 정책 하나하나를 갖고 나한테 무슨 영향을 줄 것인지 볼 것이다. 또한 재정건전성에 대한 필요성을 국민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만큼 무작정 하겠다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국민소득이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넘어 가는 시기이다. 미래를 위해 취해야 할 복지 정책의 방향은 어떤 것인가. ▦이 전무=지금까지 압축성장을 하면서 성장 중심이었다면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서면서 복지논쟁이 크게 이슈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 무게가 복지쪽으로 전환될 시기인데 공적인 복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의 기부나 자선행위와 같은 취약계층 지원도 늘어야 할 것이다. 정부 재정만이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의 역할이 자발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안 교수=지금까지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내실을 기해야 한다. 선진국에 비해 많다 적다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복지 확대는 자명한 일인데 50년을 내다 보고 어디까지 얼마나 늘릴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고복지ㆍ고부담, 중복지ㆍ중부담, 저복지ㆍ저부담의 메뉴 중에서 국민이 선택하고 합의 도출을 위한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무작정 정부 재원을 늘리기 보다 민간 참여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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