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03 금융계 이것부터 바꾸자](4)불필요한 보험업계 규제

지난해 6월 정부가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음 내놓았을 때 보험업계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생ㆍ손보업계 모두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볼멘 소리를 했고 연일 대책회의를 열어 업계의 주장을 재경부에 전달했다. 결국 25년 만에 추진된 보험업법 개정 작업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보험업계ㆍ학계는 물론이고 감독 당국인 금융감독위원회와도 마찰을 빚으면서 개정안이 여러 차례 수정된 끝에 지난해말 가까스로 국회에 제출됐다. 보험업계는 여전히 금융당국의 규제와 이를 개선하는 절차에 대해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생명보험사의 임원은 “보험업 발전과 경영효율, 고객의 편의를 위해 규정을 바꾼다면서 왜 업계의 얘기는 귀담아 듣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보험업법 개정 과정에서도 이런 고질적인 관행이 되풀이 됐다”고 꼬집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규정보다 오히려 감독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을 두려워 하는 모습이다. 단적인 예로 보험사 상품개발팀은 판매 후 보고만 해도 되는 상품도 감독당국과 사전에 `충분한`협의를 거친다. `규정`대로 만들었지만 당국의 `해석`은 이를 용인하지 않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금감위가 최근 상품심사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보험사 실무자들은 걱정이 앞선다.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팔 수 있는 상품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당국의 심사 담당자들이 애매한 `해석`이 계속된다면 피곤만 더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규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계 보험사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요스트 케네만스 ING생명 사장은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지 감시나 간섭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셀 깡뻬아뉘 알리안츠생명 사장은 “정부의 지나친 통제는 업계의 체질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8월 시작되는 방카슈랑스(은행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에 대해 다수의 국내 보험사들은 `기회`가 아니라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대형사들은 영업조직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으며 중소형사들은 은행과 대형보험사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오랜 구조조정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이 불필요한 장애를 제거해 업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생보사의 신탁업무 허용, 손보사의 보장기간 철폐 등 크고 작은 건의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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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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